[가히리/야마모토 타케시중심]너에 대한 고찰 - 7
50.
집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단축수업으로 일찍 수업이 끝났으니 말 다했지. 빨리 가서 아버지의 일을 도와드리려는 마음이 앞서, 야마모토는 긴 다리를 힘껏 뻗어 나미모리의 거리를 순식간에 지나쳤다. 그렇게 뛰어다니길 몇 분, 그의 시야에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스시집에 들어왔다. 그러고선 문 코앞에서 급브레이크, 완벽한 도착이다. 분명 아버지도 깜짝 놀라시겠지, 야마모토가 싱긋 웃음지었다.
「아버지, 학교 다녀왔어요!」
51.
「아버지?」
지금 시간이라면 분명 불이 켜져 있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가게 안은 어두컴컴했다. 잠깐 화장실이라도 가신 걸까. 하지만 굳이 불을 끌 이유가 없을 텐데. 게다가 항상 내부에서 풍기는 맛있는 냄새도 칼로 베어버린 듯, 뚝 끊겨 있었다. 딱 하나, 생선에서 나는 비릿한 냄새만이 가게 안을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생선 비릿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불안한 향을 가진 그런 냄새가. 그리고 야마모토는 이 '향' 의 정체를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 상황을 살펴야만 하는데, 발을 땅에 대못으로 박아버린 듯, 꼼짝할 수 없었다. 폐허가 되어버린 가게 안, 나의 인사에도 침묵으로 일관하시는 우리 아버지. 빛이 닿지 않는 저곳에 계신 우리 아버지.
52.
미안해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어. 네가받을 상처도 생각하지 못하고 그만 내뱉어버려서 미안해. 많이 아프니, 고통스럽니, 지금 눈물을 흘리고 있니. 나라도 좋다면 그 눈물, 나에게 적셔주지 않을래.
53.
시야가 온통 붉다. 온 주위가 붉은 탓인건지, 내 각막이 물들어버린 탓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붉었다. 오른손에 쥔 검도 이름에 맞지 않게─시구레긴토키(時雨金時)─온통 빨갛고 질척거리는 무언가가 묻어 있었다. 누구의 것인도 모르는 혈흔과 살덩이들이 벌레마냥 칼 주위를 꿈틀거리며 기어다녔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토악질이 올라와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매번 해오는 일인데도)오늘은 무언가 이상한 감각이 스멀스멀 타고 오르는 느낌이 여간 어색할 수 없었다.
54.
목을 조른 손이 흠칫 하고 잘게 떨려왔다. 더 이상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였을까. 아마, 손에 힘을 줄 수가 없었던 거다. 제 자신의 생명줄에 단두대가 올라간 것도 모르는 것인지, 그는 너무나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기에. 그 미소를 보니 차마 너를 끊어낼 수가 없었던 것이였다.
55.
아아, 너는 그런 상황에서조차 웃을 수 있는 그런 녀석이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내 손이 바닥을 향하게 되더다로 너는 나를 향해 여전히 그 웃음을 지어줄까. 그에 마치 보답하듯 맑은 갈빛 눈동자가 다시한번 초승달같이 휘어지며 나로 하여금 제 스스로 그 어떠한 칼날보다도 깊은 비수를 만들어 자상을 남긴다. 너도 알고 있었어. 내가 널 차마 끝내지 못한다는 그 사실을. 이것은 그 나름에, 나를 위한, 일종의 배려같은게 아니였을까. 꺼져가는 그 불빛을 보며, 내심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단 둘만이 존재하던 암흑속에서 하나의 그림자가 저 밑바닥으로 가라앉았다.
56.
2p얌못. 야마모토라면 불행한 나날 속에서 괴로워하고, 2p야마모토는 너무나 평화로운 일상에 괴로워하는. 서로의 세계가 바뀐다면.
57.
매일 정해진 시간에 등교하고,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수업하는 그런 평범한 일상. 매번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흘러가더라도 너희들과 함께라면 언제든지.
누가 저한테 일상물 소재좀 주세요............안 그러면 야마모토는 아플 수밖에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