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재판: 逆転裁判

[역전재판]오도로키 날개난 썰 후의 이야기

세인티피아 2017. 7. 30. 10:02

*후의 이야기


 전화를 거는 순간에도 무언인지 모를 불안감으로 나는 손을 떨었다.(그래서 전화기에서는 다른 사람의 짜증나는 목소리를 몇번이나 들었다) 신중하게 번호를 누른 뒤 몇번의 통화음이 오가고, 나루호도씨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라고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숨을 들이키고 나루호도씨에게 말했다.


 "나루호도씨..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만...혹시 시간 되세요? 잠깐 제 집에 올 수 있는가 해서.."
 "늦은 밤에 봐야할 정도로 급한 거겠지?"
 

 아아, 약간 피곤한 기색이 나루호도씨의 목소리에 감돈다. 아, 피..피곤하시면 다음날에라도 오시는게..괜사리 목소리가 살짝 떨려버린 것에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어떻하면 좋을까. 이상태에서 사실을 털어놓게 된다면 오히러 독이 되어버릴 것 같아서 쉽사리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약간은 신경쓰이게 만드는 한숨뒤로 나루호도씨의 말이 이어졌다.


 "이런 야심한 밤에, 오도로키군이 전화했다는 건 분명 보통이 아닐거라고 생각해. 알았어 곧 갈게, 기다려."
 "야심한 밤은 무슨...! 나...나루호도씨?...나루호도씨!"


 저질러 버렸다. 일났다 일났어. 마치 내 몸속에 시한폭탄이 자리잡고 있는 느낌이었다. 얼른 변명이라도 생각해야 하는거 아닌가. 문득 잠시 잊고 있었던 그...날개가 생각났다. 혹시나, 하고 뒤를 돌아보았니만.......허사였으니. 아까보다 더 붉어진 듯한 느낌과 함께 소름이 돋았다. 으으...나에겐 왜 자꾸 이런 귀찮은 일만 엮이는 거지?? 말만 괜찮다. 괜찮다. 거리는 것 같잖아. 아니 실제로 그렇지만....아...아니 무슨 생각으로 빠지는 거야!! 오도로키 호우스케!! 빨리 변명을 생각해내자!! 변호사시험때의 잔머리를 굴려보자!


 결국 애석하게도 내 머리는 좋은 대안조차도 떠올리게 해주지 않았다. 혼란하다 혼란해. 이거 큰일이잖아.


 있는 힘껏 머리를 쥐어짜내어보아도 생각나는 변명이라고는...아니 말하지도 못할 정도로 유치하니까 그만두자. 그렇게 헛되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현관문의 벨이 '딩동' 하고 울렸다. 으아아아....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아직 제대로된 말도 생각해내지 못했는데, 나루호도씨는 지금 문 앞에 계시고. 여기까지 온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저지르고 보자!'


 이것이 긴 시간동안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지금 방 안에는  나루호도씨가 내 맞은편에 앉은 채 나를 심기불편한 눈으로 쳐다보고 계신다.─정확히는 나를 둘둘 집어삼킨 이불을 째려보시는 중이다. 모자에 걸쳐진 눈이 매섭게 느껴지는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 아마 현관문이 열리마자마 본 게 내가 아니고 두꺼운 이불이라서 그러신 게 아닐까 싶다. 한밤중에 갑자기 깜짝 놀래켜 드리고 싶진 않기도 하고.(사실 좀이따 놀라실 예정이실거 같지만)


 "..그래서 괜찮다 군이 나를 부른 이유는 뭘까나."
 "하..하하.....하."


 큰일 났다! 완벽하진 않지만 나름 둘러댈 이유정도는 말할 참이었는데, 차마 입 밖으로 말이 선뜻 나오지 않는다. 나루호도씨 표정도 내 표정도 갈수록 사이좋게 구겨지는 듯한데.


 어떻하지? 어쩌면 좋지? 내 생애 가장 빠른 속도로 도망가야 하나? 아니, 나보다 나루호도씨가 더 빠르시던데. 그러면 정중하게 화장실에 간다고 할까? 분명 둘둘 싸맨 이불을 가지고 태클을 거실텐데.


 나루호도씨가 집 근처까지 오시는 그 긴장감보다 배는 더 한 압박감이 나를 덮쳐오는 기분이었다. (점점 서술도 짧아지는 듯한 느낌이 그 증거다) 하지만,


 그래, 아까도 분명, '저지르고 보자' 라고 다짐했었던 나였다. 지금처럼 피할수도 없는 상황에는...부딪쳐 봐야지..!


 나루호도씨에게 사실대로 말하기 위해 여태까지 고민해왔던 것들을 내려놓으려 할 참이었다. 그러나 답답하던 속이 시원해지게 된 건, 생각치도 못한─살짝 예상은 갔다. 설마 진짜 할까?? 정도로 넘어가 버렸지만.─ 나루호도씨의 행동 때문이었다. 내가 나루호도씨를 불렀을 때, 이미 번데기마냥 감싼 이불을 저만치로 던져버린 후 내 등의 그것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계셨다. 지금 상황이 딱 뭔가 들켜션 안되는 걸 들켜서 이 일대가 잠시 정지화면이된 듯한 그런 느낌이다.(생각해보니 그런 느낌이 아니라 진짜다)


 확실히, 내 마음을 꾹꾹 누르고 있던 응어리는 사라졌지만..결코 이 상황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보다 더한 정적에 휩싸인 방만이 세상의 전부인듯, 초침이 흘러가며 내는 소리가 정신을 아득하게 했다.


 "ㅇ..ㄷㅗ로키 군, 오도로키군. 내 말 듣고 있어?"
 "ㄴ...네....."
 "나보다 네가 너 얼이 빠져있으면 어떻해."
 "그치마안....."
 "좀 이르기는 하지만, 결국 해버렸나.."
 "..예?"


 이....이건 또 무슨 소린거죠..? 나루호도씨가─생각없이─내뱉은 말은 나를 충격으로 몰고 갔다. 반응을 보니 영락없이 나의 비밀을 알고 계셨다는 건데, 나도 오늘 처음 안 걸 어째서 나루호도씨는 알고 계신 거야. 마음이 진정되는가 싶었는데 더 불안해졌다.


 "저...나루호도씨?"
 "왜?"
 "....지..지금 간단히 '왜?' 라고 말할 상황이 아니잖습니까!!"

 "그건 단순히 오도로키군이 그렇게 느끼는 것 뿐이잖아?"


  나루호도씨는 이 상황을, 분위기를, 그냥 평범히 일상의 한 조각처럼 받아들아고 계셨다. 내 등의 이질적인 날개마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왜?


 어째서?


 나는 이렇게나 심각한데, 그래서 용기내어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한테 말한 것 뿐인데.


 정작 저 사람은 왜 그렇게나 담담한 건데?


 나도 모르게 허탈감과 공허함이, 마음속에서 흘러넘쳤다. 나루호도씨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지. 그야 나루호도씨니까. 하지만 나루호도씨는 늦은 밤 네 전화를 받고 보통일이 아닌 걸 느끼시고 오신 거잖아? 예상했던 일이라 해도 그렇게 말하시는 건 아니잖아. 내가 뭘 잘못한걸까? 혹여나, 혼자서 참고 이겨낼 수 있는 건데 쓸데없이 나루호도씨에게 도움을 청한걸까?


 그리고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무것도 아닌 것에 나는 쓸데없이 과민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넘쳐흐르는 감정을 내 스스로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 '공허감' 이라는 감정에 삼켜지지 않을까 하고 두려워졌다.


 "오도로키군, 정신 차려!! 네 감정에 굴복해서는 안돼!"
 "......나루..호도..씨?"


무슨 말을 하시는 거야? 감정에 굴복하지 말라니. 내가 느끼는 공허함에 휩쓸려서는 안된다는 말인가? 하지만 나는 어떻게 이 감정을 조절하는지 이미 까맣게 잊어버린 뒤였다.


 내가 하나의 지점에서 혼동하는 것을 아셨는지, 나루호도씨는 나를 그대로 꽈악 안아주셨다. 저 '날개' 에 대해서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데 조언은 망정이고 그런 무심한 말을 갑자기 해서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하시는게 느껴졌다. 신기하게도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사그라드는 걸 느꼈다. 민들레 홀씨가 불어오는 바람에 날리듯.


 그 뒤로는 나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나루호도씨 품속에서 정신을 잃은 건지, 그대로 잠들어 버린건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그 커다랗던 날개는 사라져 있고, 내 바로 옆에 나루호도씨가 잠들어 계셨다. 그렇다 다 큰 어른 둘이서, 간밤에 내가 둘둘 덮고 있던 그 이불을 같이 덮고 잤다는 거다. 어제일을 되짚어보다 얼굴을 두 손으로 찰싹! 덮었다. 어젯밤 일이 또다른 나의 흑역사가 되었다고 생각하니....끔찍했다. 나는 한동안 이걸로 나루호도씨에게 계속 놀림받을 것이다...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그냥 계-속 어제의 멋진 나루호도씨로 있어주시면 좋겠네요. 혼자서 한참을 중얼거리다 옆을 보니...나루호도씨가 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계셨다. 아.


 "괜찮다 군은 여러모로 신기한 면이 많구나."
 "나..나루호도씨가 하실 말씀은 아닙니다!."
 "뭐...어제 일도 있고 하니까. 일단 아침부터 먹고, 네 등의 '그것' 에 대해 내가 아는대로 가르쳐 줄게. 귀담아 듣는게 좋을거야."


 앗, 어제의 진지한 나루호도씨의 모습이다.






나루호도 : 제발 네 처지를 잠자는 동안 까서 먹지 말아줄래.

저거 진짜 초기에 트텨에 올리고 치운 짧은 썰인데 솔직히 마음에 들어서 최근에 후의 이야기를 써버렀다. 사실 오돌이의 날개에 대한 설정은 1도 없답니다!(맞음)
즉석으로 짜버린 것. 이제.....감정하고 날개하고 오도로키하고 엮으면 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