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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재판: 逆転裁判

[역전재판/나루오도]일상같은 일상

세인티피아 2017. 7. 13. 22:01





*역전재판4를 배경으로 두고 있습니다.








 자정을 향해 달려가는 늦은 밤, 나루호도 무엇이든 사무소에는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 사무소 안에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고요했다.




 정적속의 사무실 한쪽에 있던 문이 열리고 막 잠에서 깬 듯한 나루호도가 머리를 헤집으며 비척비척 그곳으로 걸어나왔다. 잠깐 기지개를 펴고 사무소 주위를 둘러보다 책상에 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발견했다. 책상에는 하얀 종이에 프린트된─또는 필기된─문서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고 누군가가 그 수많은 문서 위로 엎드려 자고 있었다. 의문을 느낀 나루호도가 고개를 갸웃하며 책상쪽으로 서서히 다가가서는 삐져나온 팔에 끼고있는 괴상한 모양의 팔찌를 보고 그는 오도로키라고 확신했다. 그의 붉은 조끼는 옷걸이에 걸려 있었고 그가 엎드린 팔 아래에 어수선하게 흩어진 문서들은 이틀 후 있을 재판에 관한 자료들이었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시곗바늘은 어느덧 자정을 훨씬 넘어 2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얼마남지 않은 재판 때문에 늦게까지 자료정리를 한것 같았다. 자료를 보고 있던 것도 모르고 먼저 자버려 그에게 내심 미안했지만 그와중에 열심히 하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했다. 쓰다만 종이위로 머리를 박은 채 자고 있는 오도로키를 보자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와이셔츠를 걷어올려 드러난 팔뚝을, 나루호도는 팔찌부터 시작해 위쪽으로 살살 쓰다듬었다. 생각보다 다부진 팔근육이 느껴지자 살짝 놀란 기색을 냈다. 오도로키의 팔을 한참 문지르다 말고, 그는 유난히 오도로키의 팔이 차갑다는 걸 느꼈다.




 지금 사무실은 약간의 냉기가 서려 있었다. 따스하게 그를 비추던 난로도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지 오래였다. 아아, 기름이 다 된 모양이네. 이런 곳에서 계속 자게 둘 수는 없었기에 깨워서 방─가끔 오도로키가 야근으로 사무소에 자고 갈 때가 있는데, 바로 그 방이다.─에 데려가자니, 잘 자고 있던 애를 깊은 잠에서 깨우기도 그렇고, 게다가 요새 한참 사용한 것이 없어서 아마 여기보다 더 추울 것이였다. 고심끝에, 나루호도는 자신의 침대로 데려가 같이 자기로 결론지었다.




 일단 그의 무릎은 덮은 담요를 살짝 드러내고, 한팔은 두 다리밑에, 나머지 한 팔은 그의 허리밑에 넣어 살살 들어 올렸다. 예상대로 그는 가벼운 편이었다. 아니, 생각보다 더 가벼웠다. 그러고 보니 오도로키는 유독 다른 주변인들보다 몸집부터 시작해서 모든게 작았다. 어려보이는 얼굴도 한 몫 하지만 그 키 덕분에 그는 아직까지 어른 취급을 못받는 경우도 있었다. 만약 빨간 양복을 벗고 교복을 입었다면 영락없는 고등학생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나루호도는 자신의 팔에 얌전히 안겨 자고있는 오도로키의 얼굴을 찬찬히 보았다. 매일 올려져 있는 앞머리가 풀려 이마위로 내려가 있었다. 괜찮다 군은 앞머리를 내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걸.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에 그는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처음에는 단순히  특별한 능력, 그리고 키리히토의 제자여서 아마 자신이 말려든 사건의 흑막을 알아낼지도 모르기에 흥미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과는 다른 생각이 든다. 어떠한 상황이든 '괜찮습니다' 를 외치면서 연약한 몸을 이끌고 맞서는 그를 끝까지 지켜보고 싶었고 지켜주고 싶어졌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 점점 길어지자, 뭔짓인가 싶어 고개를 좌우로 격하게 흔들었다. 나루호도는 그 와중에도 깨어날 생각을 하지않는 오도로키를 다시한번 유심히 보더니 그대로 고개를 내려 앞머리가 없는 쪽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코끝으로 전해져 오는 오도로키의 체향이 나루호도가 맡기에 좋은 냄새임에 틀림없었다.




 잘 자, 오도로키군.




 사무소는 그 어느때보다 따뜻했다.













어허....얼마만에 올리는 글인지....사실 이것도 거의...2년전에 썼던 짧은 글인데.....썻던 글을 둘러보다 방금 우연히 보고 수정했습니다. 양이 두배로 늘었군요.

역재4가 시리즈 사상 최악으로 평가받기는 하지만, 제가 뭐 내용의 흐름이나 떡밥 등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에, 저는 나름 역재4를 좋아합니다. 사실 역재시리즈 중 가장 먼저 플레이해봤기 때문에 애정도도 높구요. 아마 그렇기에 오도로키가 제 최애가 되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합니다. 다른 이유도 있지마는요...
저는 나루호도 무엇이든 사무소에서의 3명의 조합이 흡사 가족같다는 느낌이 들었달...까요. 물론 단체로 오도로키에게 짖굿게 대할때도 있지만, 그 나름의 느껴지는 분위기가 너무 좋더라구요....이 상황을 조성한 것도 가족간의 애정을 보고 싶을 뿐.....이지만 사실 나루호도씨가 오도로키를 공주님 안기를 하는 저 장면 때문에 썼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여태까지 아무말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