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라이더 W]히다리 쇼타로_Tear

1.

 아까전부터 흘러내리는 눈물은 멈출 새도 없이 계속해서 볼을 타고 내려간다. 'Tear' 도판트에게 방심하다 당한 것이 이렇게나 치명적일지 몰랐다. 눈물과 함께 다시금 상기시켜지는 여러 기억들. 눈물은 여러가지를 담은 채 하강하는 또다른 기억들이다. 기뻐서, 슬퍼서 흘러내리는 눈물은 각각의 다른 기억을 품은 채 우리 안에 존재하다가 어느순간 바깥으로 표출되어 바닥으로 흩어진다.

2.

 내 눈물에 담은 감정은 기쁨도 슬픔도 아니였다. 조금만 더하면 알 수 있음에도 마음속 언저리에서 절실하게 거부하듯 더이상 사고할 수 없었다. 그저 흘러내리며 상기되는 기억들이 자꾸만 나의 감정을 격하게 만드는 것뿐. 마음이 쥐어뜯어지는 느낌은 여러 의미로 아프다. 눈물은 투명한 기억의 칼날, 그 아래에서나는 마구 휘둘러진다.

3.

 _쇼타로 군, 울어?

 _...아니

 기력이 없던 나를 대신해 조사를 마친 아키코가 벙찐 표정으로 묻는다. 영락없는 눈물이기에 바로 부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저 아까전 도판트의 공격에 의한 '증세'일 뿐이라고 그렇게 지금의 이 상황을 합리화시키며 부정의 대답을 내었다. 그래, 히다리 쇼타로. 이까짓 감정에 휘둘리지 말자. 그냥 이건 하나의 '증세'에 불과해. 언제나 냉정하고 정확하게 해답을 찾는, 하드보일드란 그런거 아니겠어?

 _정말 그게 단순히 '증세' 일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야, 쇼타로

 들렸다? 아니 그럴 수 없다. 절대로 들릴 수 없는 목소리다. 환청도 이상징후중 하나였나. 신기하게도 머리가 아닌 마음속이 터질 듯 복잡하다.

4.

 이틀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햇다. 정확히는 먹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된 원인인 도판트가 통 나타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며칠전 들려온 그 목소리 때문일까. 복잡한 생각은 치우고 어제 해결한 사건에 대한 일지를 쓰기 위해 키보드로 손을 옮겼다. 가족 중 한명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평소사건과는 좀 더 진지하게 임했었던 그런 내용이었다. 그 녀석의 검색이 있었다면 쉽지 않았을까 하고 살짝 중얼거렸다.(물론 도판트가 개입하고 있어서 테루이의 도움이 컸다) 

 가족, 그 녀석도 처음에 가족이란 단어에 정말 민감했었다. 도데체 어떤 가족이었길래 라고 생각했었는데, 진짜 평범한 가족과는 많이 달랐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다. 그도 없다.....없어?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다 쓴 사건일지는 또다시 흘러내리는 기억에 번져버린지 오래다. 아아, 또 이러네. 얼른 그 도판트자식을 잡아야 하는데. 그래도 처음보다는 주체없이 흘러내리지는 않아서 휴지로 대강 닦아냈다. 이렇게 조금씩이라면 닦아낼 수 있다, 견딜 수 있다. 

 슬프지 않아

5. 

 드디어 Tear, 눈물의 기억을 가진 도판트가 나타났다. 이걸로 오랫동안의 고생도 끝이라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한 나를 생각해 아키코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에게 차라도 먹으라며  컵을 건네왔지만, 끝내 거절한 뒤, 하드보일더를 타고 서둘러 그 장소로 향했다. 예상외로, 그렇게까지 강한 도판트는 아니였다. 발만 재빠른 녀석이었기에, 테루이와 함께 Tear메모리를 부수는데 성공했다. 메모리가 부서지고 왠지 모르게 답답하던 마음이 한순간에 비어버린듯 개운했다. 그때의 그 목소리는 단순히 착각이었나 보다. 눈물의 기억을 끝으로 그 '증세'는 더이상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6.

 변신을 푼 뒤의 나의 뺨에는 애석하게도 없어야 할 것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메모리가 부서진 후에도 작용한다니 수많은 도판트를 물리쳐온 나도 들어본 적 없다. 마찬가지로 테루이의 눈에도 당혹감에 물들었다. 

 _히다리?

 _에..이럴리가 없는데?

 그렇다. 이제야 깨달았다. 이 속에 숨겨진 진짜 진실을. 도판트의 능력쁜만이 아닌 것을. 나는 합리화 속에서 스스로, 만들고 있던 것이었다. 바닥에 흩어져버린 기억들, 밀려오는 감정, 뇌리에 각인되는 목소리 전부다.

 _어때, 이제야 깨달았어?

 _그래

 살짝 눈을 감았다. 스쳐가는 기억들을 받아들이니 이렇게 쉬운 것을. 

7.

 필립. 나는 네가 그립다. 그것뿐이다. 아직도 잊지 못하고 그것을 마음속 깊숙히 숨기고 또 숨겨서 이제 적응했다고 막연하게 믿어버린 것이였다. 너를 위해서도 이제는 진정한 하드보일드가 되기로 결심했는데, 여전히 정에 약한 하프보일드가 존재할 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