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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즈마일레븐

[엔도총수]귀

세인티피아 2016. 7. 4. 01:15





아침햇살이 창문으로 새어들어와 방안을 따스하게 비춘다. 시간은 7시를 한참 지나 8시 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 방의 주인-엔도 마모루-은 침대에서 이불을 돌돌 만 채로 세상모르게 잠들어 있었다. 방의 문쪽에서 그의 어머니가 큰소리로 외쳐대고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한창 FFI로 바쁠 터인 엔도 마모루가 어째서 집에 그것도 아주 편안하게 잠들어 있는걸까 적어도 합숙이라도 할 터인데. 원래 오늘같으면 이나즈마 재팬의 시합날이었지만, 전의 시합에서 구조물 일부가 부서지는 사고가 난 모양이라(사상자는 없었다)일주일 동안, 아니 좀더 걸릴지도 모르는....한마디로 시합이 연기되었다. 시합도 연기된 참에 그들은 일본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도착한 이나즈마 재팬은 쿠도감독에게서 집으로 돌아가서 3일동안 쉬고 4일째 다시 합숙을 시작한다는, 그야말로 놀랄 노 자인 제안을 해왔다. 그 제안을 거절한 그들이 아니였다. 모두가 지쳐있었으니...몸도 마음도 말이다. 연습으로 사람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데 선수인 그 쿠도 미치야가 그런 말을 하자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졌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 (사실 쿠도감독이 그런 말을 꺼낸 계기는 매니저의 몫이 컸다. 물론 그의 결정에 영향을 준 사람은 휴우카였지만.) 하지만 잠깐동안의 휴식인만큼 순식간에 지나간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오늘이 그 4일째인데도 불구하고 엔도 마모루는 자신의 처지-집합시간이 8시 까지이다-를 깨닫지 못한채 잠들어있었던 것이였다. 계속해서 울려대는 폰의 진동과 어머니의 고함이 그를 재촉했다. 드디어 눈을 뜬 엔도는 부스스한 자신의 머리를 정리할 새도 없이 옆에 있던 시계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7시 50분.


아 망했구나.


하필이면 오늘 지각을 하다니!! 엔도는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며  '잠이 많은 체질'의 자신을 원망했다. 그러고는 몸을 순식간에 일으키더니 욕실로 향하기 위해 계단을 한칸한칸..아니 그럴 여유도 없었는지 그냥 뛰어내려버렸다. 바닥과 몸이 부딫혀 큰 소리를 만들어냈고(사실 정확히 말하면 몸이 아니였다. 그가 뛰어내릴때  엔도의 어머니는 ' 眞 갓 핸드!!' 라고 외치는 엔도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듣고 그녀가 달려왔을 때에는 이미 욕실로 향해 있었다. 살짝 웃은 그녀가 다시 돌아가려는 찰나 다시한번 엔도의 소리가 들렸다.(비명소리에 가까웠지만) 불안한 마음에 그녀가 욕실의 문을 벌컥 하고 열며 마모루!! 라고 외친 동시에 말이 없어졌다.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 것이었다. 축 쳐져있는 그의 (좀 길어진)꽁지머리. 그녀가 그의 이름을 부른순간 움직였었던. 둘다 더이상 말이 없었다. 한참동안 침묵이 계속되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그의 어머니는 차분한 목소리로 '씻고 부엌으로 오렴' 아라는 말을 끝으로 문을 닫고 나갔다.


믿을 수 없었다


아침에 일어났을때 유난히 양쪽으로 솟아있어야 했던 그의 머리카락이 아래로 축처져 있었던 것이였다.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지나쳤지만 욕실로 들어가 거울을 본 순간 그는 지금 그앞에 펼쳐진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꽁지머리는 어느순간 길어져 있었고 정확히 말하자면 그건 이미 머리카락이 아니였다. 개과 개속의 그 개의 귀가 그곳에 떡하니 위치하고 있었다. 갑자기 그에게 드라마틱한 일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어제 그 일 때문이었다 분명.


#


3일동안 조건도 없는 행복한 자유 속에서 엔도 마모루는 여전히 철탑광장의 그곳에서 타이어를 차고 막아내며 트레이닝 중이었다. 해변가의 그 타이어보다는 작아서 효과적이지는 못했지만, 몸풀기 운동 겸 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한창 운동이 계속되고 있을 때 건너편 오르막길에 어떤 아이가 뛰어오고 있었다. 마치 강아지를 연상시키는 복슬복슬한 갈색 머리, 고엔지나 키도만큼 꽤나 특이한 머리스타일에 저도 모르게 시선이 갔다. 그때 그 아이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말았다. 놀랜 엔도는 넘어진 아이에게로 달려가 일으켜주었다. 아이의 초롱초롱한 회색 눈빛에 자신에게로 향하자 머쓱해진 그는 특유의 밝은 웃음을 지어냈다. 그의 환한 웃음을 보고는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사탕 하나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고....고마워요! 이거 누구에게 받은 거지만..형아가 먹어!"
"에? 어..응 고마워."
"그럼 안녕!!"


잠깐이라고 외칠 틈도 없이 아이는 아이답지 않은 빠른 속도로 반대편으로 뛰어갔다. 멍해진 엔도는 정신을 차리고 하늘 아래에 걸린 태양이 불그스름한 빛을 발산하는 걸 보고는 이제 돌아갈까 라고 중얼거리며 아까 그 아이에게 받은 사탕의 껍질을 까서 입에 털어넣고는 집으로 향했다. 입에서 사탕의 단맛이 혀에 퍼졌지만 딱히 어떤 맛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그런 맛이  느껴졌다.


#


아마 그것때문이 아닐까 하고 거듭 생각하던 엔도는 자신이 지각한 사실을 깨닫고는 얼른 짐을 챙기고 부엌으로 달려갔다. 부엌에는 그의 어머니가 식탁 위에 한접시 가득 주먹밥을 해놓고 계셨다. 그런 그녀 하고 눈이 마주치자 또 침묵이 이어지다가 이번에도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 참..어디서 뭘 달고 온거니? 마모루...어머 뒤에 뭔가가...하아.."


그말을 듣고 고개를 틀어 자신의 뒤를 보자 그의 허리부근에 꼬리 비슷한 것이 팔랑거렸다. 이번에는 꼬리냐. 엔도도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귀에 이어 꼬리까지..정말 판타지같은 사건이 자꾸만 일어난다. 잠깐, 애초에 이 만화도 정상적인 축구가 아닌데? 기여코 간접적으로 자신을 디스한 엔도였다. 잡생각은 잠시 잊고 그는 자신의 앞에 차려진 주먹밥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그에 맞추어 귀와 꼬리가 조금씩 살랑거렸다. 그 모습을 본 그의 어머니는, 잠깐 부엌을 나가더니 이내 다시 들어왔는데 손에는 디지털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그의 이 (레어한)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생각인 모양이었다. 먹는데 정신아 팔린 엔도는 찰칵 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주변의 물건을 아무거나 집어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이미 늦었단다 마모루


으아아악!! 절실한 감정이 담긴 그가 소리를 질러댔다. 오늘 그는 도데체 몇번이나 소리를 지르는지...에라 모르겠다!! 모든걸 포기한 엔도는 주먹밥을 입으로 밀어넣고 나머지 짐을 챙겨들고 나가려고 했다. 그때 그녀가 그를 붙잡았다. 그러고는 한손으로 그의 반다나를 목으로 내리고 손에 쥐고있던 주황색 캡모자를 그의 머리에 씌워주었다. 그리고 여전히 살랑거리는 그의 꼬리를 바지 속으로 밀어넣었다. 간지러운지 엔도가 약간씩 움찔거리긴 했지만.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그는 8시가 넘어버린 시작을 뒤로하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



정신없아 라이몬 중의 그라운드로 뛰어오니 그들은 이미 준비운동을 마치고 자신의 포지션으로 가서 연습을 시작하려고 하고 있었다. 가쁜 숨을 내쉬고 운동장 사이드에 위치한 벤치로 냅다 달렸다. 급히 뛰어오는 발걸음에 연습을 하던 모두의 시선이 -주황색 캡모자를 쓴-엔도에게 집중되었다. 하지만 그것에 신경쓸 상황이 안되었다. 왜냐하면 자신의 앞에 얼굴이 그늘진 채 검은 오오라를 대놓고 품어대는 쿠도감독이 있었기 때문이라. 잔뜩 긴장한 엔도는 눈을 꼭 감고 그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죄..죄송합니다!!"
"지금이 몇신 줄 알긴 아나? 집합시간에서 30분이 지났다."




소리를 질러대는 어떤 목소리보다 지금의 목소리를 내리깔고 차분히 말하는 그가 더 무서웠다. 살짝 고개를 드니  자신을 심하게 노려보는 쿠도의 눈과 마주쳤다. 그저 두려워서 다시 고개를 숙였다


*


"...3일간의 자유는 헛으로 보냈나? 나아진 줄로 알았는데 파이어 드래곤때와 마찬가지로 정신을 못 차렸군. 캡틴은 단순한 지위가 아니다. 그 무거움은 네가 잘 알텐데? 후보 선수로 강등되고 싶은 모양이군....그 모자는 뭐지? 이런 나의 시선을 피하기 위한 건가? 웃기는군. 엔도 마모루. 벗어라."


말이 많아졌다. 정말로 화난것 같다. 말투와 그를 대하는 태도에서 이미 주체할 수 없는 화가 느껴져 왔다. 이나즈마 일레븐도 그런 그의 모습에 마른 침만 연신 넘겨댈 뿐이었다. 엔도가 쭈볏거리며 모자를 벗지 않자 쿠도는 그의 캡을 거칠게 벗겼다. 그와 동시에 모자 안의 그의 귀가 내려앉았다. 축처진 귀. 그건 분명 강아지 귀였다. 뭐라고 엔도에게 말하려던 쿠도는 저절로 입을 다물었다. 눈 앞의 상황이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얼굴을 있는대로 붉히는 엔도의 머리에 위치한 그 귀가 움찔거리며 조금씩 처져 갔다. 뒤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그들도 뭐라 말할수도 없이 입을 열수 없었다.


....너무 귀엽잖아!!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잔뜩 얼굴을 숙인 엔도와 그를 황홀하게 쳐다보는 이나즈마 일레븐. 심지어 홍조를 띈 고개를 살짝 돌렸지만 분명히 귀 끝이 붉어진 쿠도까지. 키도에 이어 고엔지까지 그런 감독을 모습을 보고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머리에 그건 뭐지..에..엔도"
"어..."


얼굴의 열을 식힌 쿠도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아직까지 그 여운이 남아있는지 잘게 말을 떨었다. 이제 어떻하면 좋지? 엔도의 사고는 최악의 사태까지 흘러갔다. 나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까. 과연 내가 이 상태로 팀과 마주할 수 있을까. 정신이 아득해져간다.

















*


"..도.....에..ㄴ...도.."
"....."
"엔도 마모루!!"
"으....으악!! 네!!"


한참동안 멍하니 서있던 그에게 쿠도가 그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엔도는 지금의 상황을 보고 아까전의 그건 진짜가 아니였다는 것에 안도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똑같이 흘러갈게 뻔했다. 다시 몸이 딱딱하게 굳어오는 걸 느꼈다. 다시한번 그의 머릿속이 불안감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지금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따위 없다. 그때 쿠도가 깊은 한숨을 쉬고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포지션 연습을 계속 해라. 그리고 엔도 넌 날 따라와라"
"에?"


생각보다 이른 망신은 피했다. 아마 자신이 잠깐동안 그의 성격을 착각했던 것 같다.  이 대처는 캡틴으로써의 체면을 약간이라도 세워주려는게 분명했다.(이정도도 눈치채지 못할 엔도가 아니다)그를 뒤따라 집무실로 따라갔다. 문을 조심히 닫고 의자에 앉은 쿠도가 재판에서 심문을 하듯 그에게 물어왔다. 늦은 이유가 있으면 말해 봐라. 핑계는 용납 못한다. 나를 납득시켜라. 굵은 목소리가 그를 덮쳐왔다. 이래서는 진짜는 아니였지만, 아까전의 상황과 똑같이 흘러갈것이다. 바지안에 있는 꼬리가 조금이지만 요동쳐 다리를 간질였다. 그리고 긴장감은 배로 부풀었다. 물론 엔도는 분명히 늦잠을 잤기 때문에 라는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저 핑계라고 해석할 것이다. 분명. 그럼 그의 모자에 감춰진 그것을 말하면? 믿지 않을 뿐만아니라 이상한 놈이라고 낙인찍힐지도  모른다. 믿게 하려면 모자를 벗어야 한다.


정말 최악이다.


엔도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캡의 창을 잡은 채, 조금씩 열어 젖혔다. 그와 동시에 쿠도의 두 눈동자가 당혹감으로 흔들렸다. 정말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앞에 보이는 이 광경을 어쩌면 좋은지 자기가 차마 열지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누구보다 불안해 할 당사자는 엔도, 그였기에 쿠도는 침묵을 유지하다. 다시한번 그를 바라보았다. 영락없는 개의 귀다. 아까전보다 더 추욱 내려앉았다(그리고 모에포인트가 올라간다)


".....하아, 이만 나가도 좋다."
"!!"
"모자는..쓰고 싶다면 쓰고 있도록. 부원들에게는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라."
"에...가..감사합니다!!"


누그러진 그의 말에는 엔도가 불안해했던 요소를 한꺼번에 ko 시켜버렸다. 한층더 밝아진 얼굴로 한번더 인사하고 발걸음을 옮겨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엔도가 나간 방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쿠도는 의자를 돌려 반대편을 바라보았다. 그의 귀 끝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강아지 인가, 귀엽군"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END




가 아닙니다(스압 죄송합니다. 지겨운 소설 죄송합니다...)







#


그렇게 크나큰 고비를 넘긴 엔도는 주황색과 초록색이 조화를 이루는 이나즈마재팬 특유의 키퍼복장을 갈아입은 뒤 한창 연습하는 그라운드로 향했다. 물론 캡모자는 잊지 않은 채로.


숙소에서 달려오는 엔도를 발견한 키도가 그에게로 달려왔다. 키도의 행동을 눈치챈 동료들도 그를 뒤따라왔다. 여기저기 서 엔도에게 질문공세가 쏟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깊은 구덩이 속에서 겨우 나온 기분인데 이번에는 그들이 문제였다. 도통 어떻게 대답해줄 수가 없었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치지 않는 그들의 불협화음에 진절머리가 난 그는 이내 짝! 하며 귀가 울릴 듯한 박수소리를 내었다. 이나즈마재팬의 주장, 엔도 마모루의 박수소리의 영향은 컸다.(여기서 그가 서있는 주장의 위치를 가늠하게 해준다) 시끄럽게 울려대는 스피커의 선을 뽑아버린듯한 정적이 흘렀기 때문이라. 자자, 이야기는 나중에, 지금은 연습에 집중해야지? 늦은 나의 잘못도 있으니까, 맴버 하나하나 1 : 1 특훈이다!  라고 말하는 엔도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들의 질문 리스트 : 왜 늦은거야? 엔도, 내 전화는 왜 안 받은거지?, 그 주황색 모자는 왜 쓴거예요?, 에..엔도킁 반다나를 벗었구나! 등등. 가 한순간 홀랑 날라가버렸다. 그의 일대일 특훈을 거절할 사람이 있겠는가, 어림도 없다. 마성의 매력에 어른조차 반해버린 그 엔도 마모루다. 결국 거절할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우렁찬 기합소리가 그리운드에 울려퍼지며 그들은 엔도와 힘께 다시 연습에 착수했다. 역시 주장은 주장이네, 엔도가 들어 온것 만으로도 이미 그곳은 활기가 넘쳤다. 매니저들이 서로서로 살짝 미소지었다. 아키는 그런 그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고 휴우카도 그의 모습을 보며 황홀한 눈빛에 휩싸였다.  하루카는 캡모자를 쓴 처음보는 엔도의 모습에 카메라로 연신 찍어댔다. 나중에 오빠가 좋아하겠지? 그녀가 웃었다. 그라운드면 그라운드 벤치면 벤치, 각기다른 장소에서 놀랍게도 엔도에 관한 내용이 쏟아져나왔다. 그렇게 점심시간까지 했을까. 매니저들의 부름소리에 연습으로 지친 그들이 벤치로 모여들었다. 모두가 지치고 힘들어했지만 그것도 일대일로, 맴버 하나하나를 다 상대한 엔도가 가장 지쳐 보였다. 엔도가 무의식적으로 땀에젖은 모자를 잡았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차린 엔도가 흠칫, 하며 잡은 손을 내려놓았다. 그모습을 지켜보던 5명-이하 키도, 고엔지, 카제마루, 후도, 토비타카-은 그런 엔도의 모습을 심상치 않게 여기며 가만히 관찰했다.


"저기, 방금전 엔도의 행동. 이상하지 않아?"
"어. 이상할 수 밖에 없는 동작이다."
"게다가 오늘은 반다나가 아닌 캡모자라."
"헤, 너희들이 언제부터 그런것에 관심을 가졌다고....'내' 캡틴에게."
"저기 방금 '내 캡틴'이라는 말이 들렸습니다만."
"'내'가 아니라 '네'겠지. 후도"
"어이, '네'가 아니라 '우리'다."
"멋대로들 하라고."


'내 캡틴'으로 시작된 어긋남이 이내 말싸움으로 번졌다. 평소때 맴버들 앞에서 냉정을 유지하던 토비타카도 이번에 한마디 하려고 했으나, 축구선배들의 현란한 말빨에 벌렸던 입을 다물고 구석으로 물러나 흐트러진 머리를 빗으로 정리했다. 그러고는 혼자 중얼거렸다.(토비타카는 엔도보다 한 살더 많다고 한다)


"....캡틴의 그 앞머리 빗어주고 싶은데."


분명 엔도는 모자의 창을 뒤로가게 한 상태이고 뒤의 모자구멍이 앞으로 가면서 이마에 살짝 보이던 앞머리가 그 구멍을 통해 삐져나온 상태였다. 아마도. 살짝 부끄러운 티를 내는 토비타카를 뒤로 하고, 꿀 같은 휴식시간이 지났다. 아까전에 엔도에 관해 열폭하던 그들의 이야기는 어느새 이나즈마재팬 모두의 귀에 흘러갔고 비밀리에 '엔도의 모자를 벗기자." 라는 실로 간단한 프로젝트로 결정나게 되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엔도는 좀처럼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그리고 한번더 의견을 나눈 결과, 엔도의 저걸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공정하게 축구로 결정짔자는 결론이 나왔다. 대놓고 말하면 피할게 뻔하기에 그들은 엔도가 '분노의 철퇴'를 쓰는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씩 돌려 말하며 그들의 강력한 필살기를 쓰는 것에 대해 납득시켰다.
그렇게 팀을 둘로 나누어 타치무카이 엔도가 각각 양 골대에 서 있었다. 키도와 고엔지의 지휘로 키도는 엔도팀에, 주요 스트라이커들은 타치무카이 팀쪽으로 보냈다.


그렇게 연습이 시작되고 키도의 게임메이크로 은근슬쩍 상대팀이 골대로 갈 수 있게 했다. 토라마루와 고엔지가 연계기술-타이거 스톰-을 날렸다. 호랑이가 하나의 폭풍차럼 돌진해오는  형상이 나타났다. 엔도가 가만히 공의 방향을 살피고 한손에 힘을 집중시켰다. 그의 대표색인 주홍빛 구가 주먹진 손에 맺혔다. 그리고 그대로 손을 공 위쪽으로 내리찍어 '분노의 철퇴' 시전했다. 방대한 두 힘이 부딫히자 강력한 풍압이 이나즈마 재팬을 덮쳤다. 조금씩 들리는 모자에 엔도가 그곳에 집중하자, 손의 힘이 풀리며 공이 골대를 덮쳤다. 그 충격으로 모자가 한번더 크게 들렸지만, 끝까지 완전하게 벗겨지지 않았다. 엔도가 다시 모자를 깊게 눌러 써버리자, 아쉬워하는 맴버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누군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여기서 빛을 발했다. 키도와 고엔지가 서로를 쳐다보더니 이내 씨익 웃고는 다시 슛 찬스를 노렸다. 키도가 엔도팀의 공을 컷 하고 고엔지에게 넘겨 토라마루와 한번더 타이거 스톰을 사용했다. 엔도가 막으려고 한 그때, 골대 정면이 아닌 약간 틀어져 조금 옆쪽으로 방향이 바뀐 것이다. 엔도는 갑자기 바뀐 공의 코스에, 옆으로 달려가 다시한번 분노의 철퇴를 쓰려는 찰나 이번에는 옆쪽에서 카제마루가 튀어나오더니, 그가 최근 개발한 필살기 '풍신의 춤'을 공을 잡으려던 엔도의 방향쪽으로 휘둘렀다. 아까와는 다르게, 카제마루의 기술과 타이거 스톰이 충돌해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바람이 일었다. 으앗! 하는 엔도의 소리와 함께 축구공과 그가 고이 쓰고있던 주황색 모자가 회오리 틈으로 빠져나왔다. 카제마루는 속으로 환호를 보냈고, 곧바로 키도와 고엔지에게 하이파이브를 날렸다. 이제 그 다음이 클라이맥스다. 키도가 사악하게 웃은 건 착각일까. 바람때문에 일었던 모래먼지가 가라앉고 엔도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의 둥근 머리와 주저앉은 몸........그리고.......머리위에 달린 큰 무언..가? 한창 기대하고 있던 그들의 얼굴이 일순간 굳었다.


그야말로 넋나가는 광경이었다. 전에 엔도가 상상했던 그들의 얼굴과 똑같은 모습이 지금 이 필드에 펼져지고 있었다. 저건 뭐지? 당황하는 그들의 제치고 고엔지가 엔도에게 다가갔다. 어질어질한 엔도가 정신을 자리고는 다가오는 고엔지에게 아까전에 대한 감탄을 내보였다. 정신이 없었는지 엔도는 아직 이 상황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당연히 방금전에 대한 것으로 머리가 꽉 차있을 테지. 저쪽에서 둘의 상황을 지켜보던 키도가 생각했다. 어쨌든 저 터무니없는 상황은 대체 뭐란 말인가, 그저께 만날때만 해도 그는 멀쩡했다. 어제도 우연히 그가 연습하는 걸 봤지만 어디에도 저런 '귀'를 달고 있지는 않았다. 그럼 적어도 자신이 엔도를 본 후로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건데. 키도가 방금의 충격을 벗어나고자 이 추측에 대한 여러가지 가설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차마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건 막을 수 없었다. 그건 고엔지도 마찬가지였다. 키도가 멀리서 그를 봐도 이정도 효과인데 바로 눈앞에서 마주하는 고엔지의 처지는 어쩌면.


반짝반짝 빛내는 눈과 함께 그의 몸짓에 맞추어 더욱 살랑살랑거리는 귀가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 굳이 비교해 보자면 자신에게 애교를 부리듯 방긋방긋 웃는 유카를 볼때 느끼는 희열감이라던가. 평소 엔도를 마주했을때와는 너무나 다르다. 귀만으로 이렇게까지 그를 보는 시선이 달라질 줄은 꿈에도 몰랐던 고엔지다.


아까전부터 계속 자신을 멍하게 바라보는 고엔지가 어딘가 이상했다. 멀쩡한 나사하나가 빠질랑 말랑 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게다가 갈수록 얼굴에 새빨간 노을이 져갔다. 거칠어져가는 숨?? 아아, 얘 좀 이상해. 엔도가 비정상인 고엔지를 의아해하게 보았다. 그때였다. 엔도가 그의 작은 중얼거림을 듣고 나서야 얼굴이 점점 심하게 굳어져 갔다. 생각나버렸다. 고엔지가 나를 보고 저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말이다. 그제야 모든 상황을 이해하자 저쪽에 자신이 이제까지 줄곧 쓰고 있던 주황색 모자가 눈에 띄었다. 이번에는 진짜 망했구나. 엔도의 얼굴이 고엔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붉어져 갔다. 그는 자신의 귀가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한편, 저쪽에서 그 둘을 지켜보던 이나즈마재팬은 엔도에게 벌어진 일도 잠시 잊은 채, 그들자신의 입에서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겨우겨우 참고 있었다. 충격의 도가니였던 맴버들을 지나쳐 가까이 다가가던 그에게서 보이는 사소한 변화가 너무나도 웃겼기 때문이겠지. 아마도. 뒤에서 느껴질 정도로 그의 숨이 거칠어진 것을 그들은 직감했다. 떨리는 그의 손, 붉은 귀끝까지. 아아, 이건 확인사살이군. 이나즈마재팬의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전의 '디 어스'를 사용했을 때와 견줄 수 없는만큼 맞아떨어지는 그야말로 소름끼치는 일치감.





#


더는 숨길수 없기에 엔도는 무거운 한숨을 내뱉으며 귀가 생기기까지의 사건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고개를 들었을 땐, 너무나 웃겨하는 그들의 모습과 그를 황홀하게 쳐다보는 시선 뿐이었다. 이렇게까지 그들의 행동과 시선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상 처음이라도 해도 무방했다. 엔도는 이제까지의 자신의 노력이 헛수고가 된것 같은 기분에 그자리에 털썩 누워버렸다. 아아, 당분간 그들을 마주하기는 틀렸네. 분명히 나를 보고는 또 저런식일거 아니야. 그에대한 대책을 세우려다가 포기했다. 뭐 될대로 되라지. 그런 그의 머리위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 그림자의 정체는 쿠도 미치야였다.


"결국 들켰나."
"아...네에.."


너무나 자연스러운 대화. 엔도의 축 처진 목소리를 제외하면 짧고도 실로 자연스러운 대화였다. 이미 감독은 모든걸 알고 있었음에도 말해주지 않은 셈이었다. 괘씸한 감독 같으니. 이나즈마재팬이 분노했다. 미리 알려줬다면 소중히 귀여워해주었을 텐데,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니 그가 무조건 어떤것에 대해 무작정 함구하진 않는다. 역시 엔도의 의사가 반영된 대처가 분명할 것이다. 좋아 이번만 봐드리죠 감독님. 쿠도는 문득 그들의 불타는 시선을 느꼈다. 결국 모든 상황은 정리되고 엔도와의 시간(?)을 보낸 뒤 다시 연습을 재개했다. 조금 집중력이 떨어진 듯 하지만 넘어가자. 공이 수십번 골대의 그와 마주하고 아무튼 엄청난 훈련이 계속되어 갔다. 엔도는 답답한 모자는 집어치우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 반다나를 이마에 쓰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귀도 쫑긋 세워져 풍성함을 한껏 내세우고 있었다. 한순간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건 비밀이다. 한편, 공을 다루는데 서툰 토비타카를 위해 엔도가 직접 그의 슛을 상대하고 있던 중이었다. 예전보다는 나아진 그의 공 다루는 실력에 절로 웃음이 짙어진다.(귀와 꼬리도 한층 더 살랑거린다.)빗나가는 공이 없진 않았지만 그를 향해 오는 공의 위력은 상당했다.


"토비타카!! 엄청나게 늘었다고!! 재미있어지기 시작하는데!!"
"여기까지 가능한 것도 다 캡틴 덕분입니다."


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저지하려고 했으나 그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는 무산되어버리고 결국 멍하니 엔도를 쳐다본 것이 되어버린 이나즈마 재팬.

뭐야 어딜 보는거야, 난 공이 아니라고. 나말고 저 공에 집중해!! 얼굴을 약간 찡그린 엔도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그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차라리 아까전의 그 캡모자를 써라, 엔도"
"그럼 그 귀좀 어떻게 해봐요. 주장!!"
"엑."


고엔지, 키도를 비롯한 그들의 동급생들과, 후배들의 아우성이 울려퍼졌다. 이게 그렇게까지 문제인가. 엔도가 혼자서 중얼거렸다.





+)After episode

#. 고된 연습을 마치고 이나즈마재팬은 힐링타임으로 엔도를 쓰다듬는 시간을 가졌다.

#. 맴버들이 한눈을 판 사이 토바타카가 그의 빗으로 엔도의 꼬리와 귀를 손질해주었다. 따가운 시선을 한 몸에 받았지만 아랑곳 않고 하고싶은 것을 이루었다는 마음에 웃었다는 그런 이야기.

#. 다음날 원래대로 돌아온 엔도. 그들의 그런 반응은 이제 없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막상 와보니 '역시 엔도는 원래모습이 제일이지!' 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 세계얘들하고 엮었으면 큰일났을뻔. 분명 피디오와 로코코가 가만두지 않을거야. 덜덜덜....

#. 생각해보니 왜이렇게 쓸데없이 길게 적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