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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 銀魂/[긴토키]N째 날

[은혼/긴토키]셋째날下

세인티피아 2022. 8. 2. 01:04

"이렇게 기대 안 되는 마음으로 여길 들어온 건 처음이야."


지금 긴토키를 비롯한 해결사 일행들은 문제의 종이에 써진 주소의 파르페 가게에 있었다. 기한이 오늘까지인 파르페 쿠폰을 쓰기 위해서 왔다지만 이번만은 먹는 데 초점을 도저히 맞출 수 없었다. 사무소에서 나서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많은 주저함이 있었는가. 몇 번이나 발걸음을 돌려 도피하려고 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찾아왔지만 첫번째로는 '눈으로라도 맛보자' 라는 생각이 있었고 두번째로는 특별 시즌을 맞아 요근래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있는 이곳에서 혹시나 모를 정보들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건 역시 하루하루 이 종이만을 보여 기다려온 자신이 한순간에 너무나 한심한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일 것이다. 망할 병 같으니. 입밖으로 시원하게 내뱉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여긴 바깥이었다. 그것도 사람이 엄청 많은. 무엇보다 두 아이가 저를 바라보고 있었으니 절대로 말할 수 없었다.

한숨을 푹푹 내쉬는 그때 저쪽에서 종업원이 범상치 않은 파르페를 들고 오늘 것을 발견했다. 저거다, 긴상의 운명적 비극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오고 있다고. 한참을 그 파르페와 눈싸움 하는 동안 어느새 제 앞에 놓여진 그것이 강한 기운을 풀풀 내뿜고 있었다. 이렇게나 먹음직스럽고 아름다운데 입 안에 넣는 순간 그것은 허무하게 사라질 뿐이라니. 물론 평소랑 다를게 없는 거지만 무엇보다 저게 무슨 맛인지조차 모르고 목 뒤로 보내줘야 한다는 게 정말...슬프기 그지없었다. 가볍게 한 숟갈 뜬 파르페는 윤기좋게 단내를 풍기고 있었고 그것만으로 기분이 나아지는 걸 느꼈다. 입 안으로 넘기면 바로 기분이 나빠지겠지만. 역시 이 파르페의 주인공은 자신이 아니였다는걸 다시한번 똑똑히 느끼게 하는 미각에게 속으로 욕 한 바가지를 들이부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입만 더 먹을까. 그런 고민을 잠시 했지만 그렇다고 입맛이 돌아오진 않는다는 걸 너무나 잘 알았기 때문에 파르페에 숟가락을 푹 꽂아넣고는 테이블 너머 앉아있는 두 아이에게 밀어주었다. 눈 앞에 거대한 파르페가 자리잡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것과 자신을 번갈아 바라보는 신파치와 카구라가 귀엽다는 듯 입술 사이로 픽 바람소리가 빠져나왔다.


"왜 안 먹고 보고만 있냐."
"그게...긴상이라면 맛이 안 나더라도 꾸역꾸역 다 드실 거 같았거든요."
"맞다, 해. 긴짱이라면 남들에게 주기도 싫어서 차라리 자기 배에 다 처넣을 사람이다, 해."
"친히 파르페를 양보하는 긴상에게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대놓고 앞담을 하는 거냐, 녀석들."


그제야 아이들은 이제 제 몫의 것이 된 파르페를 먹기 시작했다. 얼굴을 보아하니 꽤나 맛있는 모양인지 파르페를 건네준 당사자를 위해 애써 표정을 숨기는 척 하고 있다지만 달달한 맛으로부터 서서히 변해가는 감정을 결국 억누르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어차피 입에 넣어봤자 소용 없고, 그런데 향은 좋고 미치겠구만. 턱을 괸 채 바라보기만 하는 것도 꽤나 고역이라면 고역이었다. 괜히 억울함에 져서는 충동적으로 저것을 한 입 퍼먹는 날엔 자존심이고 뭐고 홀랑 날아갈 버릴 것 같았다. 애써 쌓아올린 이미지가 와르르 무너지는 상상이 잠깐이나마 스쳐갔다. 참을 인忍 자를 마음속으로 수없이 새겨가면서도 이 시간이 신파치와 카구라에겐 더없이 달콤한 시간이 되었으면 했다. 어쩌다보니 요 며칠간 고생한 상 같은 게 되어버렸지만 이 '병'을 고치는 날에는 진짜 상을 주겠다고, 마음속으로 상냥하게 속삭였다.

시간은 그런대로 서서히 흘러갔다. 살며시 찾아온, 24시간의 하루 속에서 곧 저물어갈 지금을 정의 내릴수만 있다면 그건 아마 평화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상은 어느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 불과했지만 그럼에도 긴토키는 자신이 내뱉은 생각을 도로 집어넣을 마음은 없었다. 설사 그 평화를 저에게 몰고 왔던 장본인들의 입에서 부정이 튀어나오더라도. 절대 이 순간을 왜곡시키지 않을 거라고.

제발 말 좀 해라. 그것이 제게 있어서 주변인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잔소리였다. 언제나 범상치 않은 사건을 몰고 다님에 대한 이야기일지, 의뢰를 하다 크게 다친 사실을 숨겼던 어리석음일지, 가끔은 없던 오지랖까지 꺼내서는 어느새 깊숙히 태풍의 눈에 뛰어들고 있으면서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 둔함일지. 수도없이 자물쇠는 충격에 너덜너덜하게 되었지만 가장 중요한 잠금은 해제되지 않은 것처럼 그가 그러했다. 그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으며, 자신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절대로 열리지 않는 견고한 자물쇠와는 반대로 정작 그 상자의 본체는 썩어들어간 나무마냥 연약하다는 것도. 그렇기에 강한 그는 한결같이 견고했다. 여전히 자물쇠는 잠겨 있었다.

세월이라는 지혜를 얻는 자들은 그리 말했다. 그것도 고집이라고. 견고함을 덮어쓴 지독한 고집. 세상의 어떤 심한 말들을 쏟아부어도 흔들리지 않으며 바늘에 찔려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뻔뻔함. 더러는 그것을 욕했지만 자신은 그것을 주 무기로 삼았다. 그렇지 때문에 지금도 이렇게 저 혼자 생각의 끈을 길게 풀어헤치고 있지 않은가.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있다 정신을 차려보니 눈 앞의 파르페의 양이 상당히 줄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잠시동안의 평화에 드디어 끝이 나는가. 아무리 양이 많아도 그중 1명은 무시하지 못할 밥요정이었으니까. 오늘따라 조여오는 갑갑함에 옆에 슬쩍 벗어두었던 부츠를 신고서 나머지 남은 것들이 비워지기를 기다렸다. 맛은 있냐.


"이때까지 먹었던 파르페중에 가장 맛있었다, 해!"
"이렇게 맛있고 달짝지근한 음식은 오랜만이군!"
"평소보다 더 달아서 처음엔 걱정했는데 맛이 정말 깔끔...어라?"


저기 파치야, 내 눈앞에 왠 고릴라 한 마리가 앉아있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누가봐도 콘도 씨 잖아요. 저길 봐라, 대체 누가 파르페를 우호! 하면서 먹냐고. 그야 콘도 씨라서 그렇죠. 대화가 끝나자 잠시동안 자리에선 침묵이 일었다. 어쩐지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는 느낌이 들더니. 신파치가 그에게로 시선을 흘렸다. 그래서, 고릴라 국장께서는 왜 여기에서 이러고 있는 겁니까~ 혹시, 내 소문을 들어버렸다던가. 긴토키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콘도는 파르페 바닥을 긁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음...하는 소리와 함께 다소 무게를 잡는 모습을 했다. 또 뭔 얘기를 하려고.


"사실 오타에 씨 안부를 묻고 싶어서 왔-"
"저거 일 안해?!"


그러니까 국장이라는 고릴은 왜 허구한 날 너네 누님만 눈에 넣어두고 사는 거냐고. 그거 물어보려고 우리 애 파르페까지 뺏어먹습니까-? 바닥까지 깨끗하게 비운 파르페 그릇의 목 부분을 잡고 콘도의 눈 앞에서 휙휙 흔들었다. 뭔가 양이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질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네 녀석 어디 도적처럼 다크 사*트라도 쓰는 거냐? 잘 보니까 이거, 소이치로 군보다 더 한 땡땡이 전문 같은데.

이어지는 그의 구구절절한 사연따위 머리속에 넣고싶지 않았다. 분명 또 괴상한 프로포즈로 한 대 맞았다는 이야기겠거니 했다. 한 귀로 듣고 나머지 한 쪽으로 흘릴 준비를 하고 들었는데...결국 다 들어버린게 문제지. 아무튼 이야기는 긴토키가 생각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굳이 있다면 집 주변에 설치한 함정에 왕창 걸렸다는 거랄까.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바라본 채 그대로 바깥으로 나설 준비를 했다. 이 상황에서 정보를 수집하자니 어딘가 머리속에 강제로 저장된 '구구절절한 사연'하고 섞여 이도저도 아닌 내용이 되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무시하고 나갔으면 되었을 텐데, 덕분에 또 이 모양이다. 이번에는 뭐냐고. 또 허튼소리를 했다가는 파르페 값 하나를 뜯어낼 작정으로─쿠폰이었다곤 절대 말 못하지─고개를 휙 돌렸다. 그리고 들려오는 건 왠일인지 언제나의 헛소리는 아니였다는 점. 뭐...오타에 씨 안부도 궁금했던 건 맞긴 하지만 오늘은 해결사, 네 건으로 왔다. 그게 아니고서야 여기까지 내가 올 리가 없잖나. 콘도가 사람좋은 얼굴을 하며 말했다. 절대 아니거든. 언젠가 채소 무더기 속에서 '한 무더기만 사귑시다.' 라는 헛짓거리를 잊은 거냐 네놈은. 결국 긴토키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두 아이들과 함께 다시 제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래서, 할 얘기는. 긴토키가 손바닥에 볼이 완전히 짓눌리듯이 턱을 괴고선 덤덤하게 물어왔다.


"물론 네 증상과 관련된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분명 아직 관련된 정보를 못 찾았다고 들었는뎁쇼-."
"그래, 처음에는 관계가 없을거라 생각했지."


처음에는? 이거이거, 그렇게 빠져나가시겠다. 우리 해결사를 한 두번 보는 것도 아니고 예상가는 정보라도 던져줬으면, 이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스쳤지만 이래봬도 나름 경찰이니까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겠구나 하고 너그러히 넘어가주기로 했다. 긴짱, 표정 다 티난다, 해. 욘석아, 이럴 때는 모른 척 넘어가주는 거야. 저기...콘도 씨가 봤을거란 생각은 안 하는 거예요 둘다? 그리고 자꾸 그러면 글이 또 쓸데없이 늘어질 거라구요. 지금 네가 제일 말 많이 했거든. 아무튼! 콘도가 말을 이었다.


"좀 된 이야긴 한데, 몇 달 전부터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 양이지사로 추정되는 무리가 최근에 어떤 타 세력과 협력관계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런데 왜 '양이지사로 추정되는' 무리인 건가요?"
"흠, 굳이 표현하자면 현재 카츠라 코타로가 이끄는 온건파 쪽이라고 하기엔 성향도 그렇고 앞뒤가 좀 더러운 녀석들이야. 과격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귀병대같이 체계적이지도 않았다는 거지. 그런 녀석들이 게다가 협력관계로 맺은 세력이 뭔줄 아나?"


확실하진 않지만 천인이라는 소문이 있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눈이 한 번 더 가늘어 질 수 밖에 없었다. 이 대답을 꺼냈을 때의 표정이 언제나의 바보같은 얼굴이 아니라서 더 뭐라고 할 수도 없었으니까. 또 이 모양이지. 어째 관련되는 사건마다 가볍게 끝나는 일이 없다. 이번에도 보란듯이 양이지사, 천인...스케일이 자비없이 불어나는 현장에 지금의 자신이 있었다. 분명 그럴리가 없음에도 입안에서 도는 뒷맛이 쓰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까. 원하지 않아도 귀찮아질 흐름에 빠져들 제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러나 이대로 모른척 한다면 이 병도, 진실에서도 영원히 멀어지게 될 것을 안다. 불편한 생활의 끝을 위해서 불편한 상황 속으로 직접 뛰어드는 수 밖에.

그래도 그 무리들이 대충 어떤 녀석들인지는 파악을 해야 이야기가 수월해진다. 행동거지가 더러운 녀석들이라. 정보를 들어 보면 몇 달 전부터 이 주변에서 말썽을 부리는 녀석들이란 말이로군. 고릴라 국장이 전한 바로는 뭔가 일은 벌여도 그 중심이 잘 잡히지 않는 것 같고. 양이지사라는 천을 둘러맨 채 보란듯이 떵떵거리며 돌아다닐 놈들이면서도 도망은 빠르단 말이지. 그런 멍청한, 잠깐-

...아니, 이러면 안 되는데. 지금 긴상이랑 장난하자는 거지. 왜 특징을 모아보니 떠오르는 대상이 있냔 말이냐. 지금을 표현해보자면 어이없음 70%, 화남 30%, 지금 바로 조져(삐-)싶다 5% 해서 도합 105%의 심정이라고나 할까. 손에 파르페 그릇이라도 들렸다면 아마 손해배상 청구를 하게 되었을 거라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게 적당히 좀 평소에 날뛰어 주었으면 좋았잖아. 그러니까 그 꼴 나...아니지, 아무튼 꼴 좋게 됐수다.」


뭐? 지가 한 주제에 말도 많다. 겨우 그런 거 가지고 말실수도 해버린 주제에. 그러고보면 언젠가부터 살살 속을 긁어놓던 시기도 비슷했고, 성격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고선 정작 위험할 때 싶으면 주민인 척 덮어쓰는 꼴이 참 닮았다 싶었다. 꼭 카부키쵸를 돌아다니다보면 재수 없이 만나곤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갈피를 잡았으니 이제 직진만 남았다. 일단 뛰어들고 봐야지. 긴토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긴상."
"긴짱."
"어디 보험금이나 뜯어내러 가 볼까."


역시 말려도 갈 거지, 해결사? 같이 자리에서 일어난 콘도가 물었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 그런 건 피해자 본인이 가서 박살내고 와야지 속이 풀리거든. 긴토키가 씨익 웃엇다. 마치 계략을 짜든 듯한 악동의 표정이 얼굴에 드러났다. 어때, 우리 해결사는 일 하난 기막히게 해낸다우. 고용해 볼래? 앞에서 실컷 말해놓고선 저렇게 말하다니, 거절은 못 하겠는데. 그렇게 생각한 콘도가 모이는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호탕하게 웃었다.


"해 보자고, <파르페 연합>."









사람의 온기가 희미하게 남아있는 방 안에 있던 자는 발걸음을 내딛은 자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마치 간접조명을 켠 듯 은은하게 비추는 빛은 제법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후, 곰방대를 입에서 떼어내자 줄곧 머금었던 자욱한 숨이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한 번, 두 번 내뱉을 때마다 함께 연기에 스며드는 상념은 곧 공기중으로 퍼져나가 그 모습을 감추니 꼭 지금 창 밖의 풍경과도 같지 않은가. 옷 사이로 스며드는 서늘한 공기가 나쁘지 않았다. 걸어들어온 자는 그와 가까워지는가 싶더니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자리를 지켰다. "뭐냐." 그가 입을 연 건 세 번째 숨이 막 모습을 감춘 뒤었다. 신스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재미있는 소문이 돌고 있던데, 혹시 흥미가 있소?"


후기:
아아아 들린다 들려! 뭐가 말이예요! 들리지 않는거냐 신파치, 저 멀리서 누군가의 웃음이 들려오고 있다고! 이 사악한 전지적 작가 시점 같으니라고!

1. 대충 후기는 상편에다 다 적어놨습니다.
2. 저의 언젠가...너무 기니까 네 스스로도 좀 그렇네요. 완결 언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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