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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긴토키]첫째날下 본문

은혼: 銀魂/[긴토키]N째 날

[은혼/긴토키]첫째날下

세인티피아 2018. 1. 1. 22:30

 무사히 해결사로 귀환한 긴토키는 자신이 줄곧 생활하던 곳의 기억을 떠올리며 소파에 털썩 앉았다. 보통이라면 맞은편에 앉았을 아이들이지만 긴토키의 상태를 아는이상, 지금은 그의 오른쪽에는 신파치가, 그 반대편에는 카구라가 있었다. 눈이 보이지 않아도 양 옆의 둘의 온기는 느껴지는지 긴토키는 이래라 저래라 하지도 못한 채 살짝 머쓱해했다. 그의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챈 신파치는 긴토키의 눈치를 보더니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일단은 저희 둘이서 장 좀 봐올게요. 긴상 이야기는...밑에 말해놓을 테니까, 혹시 필요하신거 있으시면 타마씨 부르시구요. 아, 그리고 앞전에 들어온 의뢰는 저희끼리 다녀올게요."

 "어디 막 싸돌아 다니다 이마에 혹 달지 말고 얌전히 앉아있기나 해라, 해."


 뭔가 상황이 반대가 되어버린 것 같은데. 문을 열고 나가는 둘의 뒷모습을 보며 곤란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지금 나 완전 애 취급 받은거지? 그런거지? 싸돌아 다니지 말고 앉아 있으라고-? 여보쇼, 나는 5살 먹은 코맹맹이 꼬마가 아니란 말이다, 요 녀석들아. 애초에 여기는 마이 스위트 하우스라고? 집안 구조를 내가 모를리가 있냐고. 하아,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밥 받아먹는 처지에, 파르페는 다 맛보지도 못했고, 귀찮게 오오구시 군은 소리가 질러대고─히지카타 : 내가 언제!─ 지금은 다시 또 애취급 입니까아. 눈 안보이는 거 하나 가지고 하나같이 다 난리라니까. 아, 물론 이 긴상이 파칭코도 혼자 못 간다는게 슬프긴 하지만. 어래, 작문?

 한참을 혼자서 불평불만을 내뱉던 그는 이제 그것마저도 지루한지 몸을 돌려 소파에 털썩, 누웠다. 아아 점프 보고싶다. 아니 배도 고픈 거 같은데. 냉장고에 고이 모셔둔 딸기우유가 문득 떠오른 그는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나 다시한번 기억을 떠올리며 더듬더듬, 냉장고가 있는 부엌으로 걸어나갔다. 긴토키가 사라진 부엌쪽에서는 우당탕, 하고 크고 작은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현재 시각 1시 30분─



 한편, 스낵바에서는 아까전부터 들려오는 쿵쿵 소리가 여간 거슬리는게 아니였다. 그리고 그 소리의 출처를 알고 있었기에 짜증만이 앞설수도 없다는 게 사실이었다. 아까 전 나갈 채비를 하던 신파치와 카구라에게서 들은 긴토키에 대한 소식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길 것이 아니였다. 원인도 모른 채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는다니, 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니겠는가. 긴토키네 아이들의 말을 다시한번 곱씹으며, 오토세도 약간 걱정이 되었는지, "긴토키 저 녀석 한시라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네, 정말. 접대는 캐서린보고 하라 할 테니 타마 너는 위에가서 저 골칫덩이 좀 도와주고 와." 그녀가 얼굴을 살짝 구기면서 말했다. 타마는 그녀의 말을 듣고 손에 든 쟁반을 내려놓고는 곧바로 2층으로 향했다. 오토세의 우려대로, 해결사 내부는 조금씩 조금씩, 여기저기 어질러져 있었다. 타마는 이곳 저곳을 둘러보더니 소리의 근원지인 부엌으로 향했다.

 그녀의 눈에 비친것은 물건들이 흩어져 누가 꼭 난동을 피운 것 같이 더러워진 방 바닥에 앉아 여유롭게 딸기우유를 마시고 있는 긴토키였다. 발소리를 눈치챈 것인지, 우유를 다 마시다 말고 타마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긴토키 님." 타마의 딱 부러지는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타마구나. 여기는 무슨 일로?"

 "아까전부터 윗층의 소음 때문에 오토세 님께서 분명 긴토키 님에게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도와주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하여튼 그 할망구, 참견도 많으셔. 내려가서 이제 괜찮다고 전해줘."

 "지금 주위가 이 모양인데도 그 말이 나오십니까?...아, 지금 긴토키 님은 아무것도 보시지를 못하는군요."


 타마가 안쓰럽다는 듯이 쳐다봤다. 저거 지금 일부러 그런거지? 이 긴상 더 비참하게 만들 속셈인 거지? 긴토키가 소매를 눈에 갖다대며 우는 시늉을 했다. 타마는 잠자코 보고 있다가 곧 긴토키가 어질러놓은 방 안을 빠른 속도로 치워나가기 시작했다. 가볍게 무시당한 긴토키는 타마를 심통이 난다듯이 째려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기적거리며 소파로 되돌아갔다.─중간에 가다가 기둥에 머리를 들이받았다. 으아, 아파라.

 타마가 청소하는 동안, 긴토키는 멍하니 그저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밖에서 간간히 들리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그리고 방을 닦는 대걸레가 벽에 콩콩 부딪히는 소리. 눈이 보이지 않으니 '귀'가 밝아져 버린 것일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잡다한 소리에 귀를 귀 기울여보며 그저 창 밖을 바라보았다. 한창 정오를 지나는 참인지 '유독 강하게 내리쬐는 빛줄기'에 저도 모르게 눈가를 찡그렸다. 그렇게 무료하게 시간이 흐르기를 몇십 분, 청소를 끝낸 타마가 긴토키에게로 다가왔다.


 "긴토키 님, 방 안은 모두 청소해 두었으니 부디 다시 어질러 주지 말아주십시오."

 "내가 방을 어지를 나이로 보이냐, 욘석아."

 "그럼 아까전에 그건 뭐라고..."

 "알았어! 알았으니까 쓸데없는 추궁은 그만해줘. 긴상 상처받는다고?"


 도와드릴 일이 있으시면 저를 불러주십시오, 긴토키 님. 타마가 싱긋 웃으며 1층으로 스낵바로 돌아갔다. 긴토키는 그녀가 간 방향을 무심히 바라보더니 곧 소파에 누워 이리저리 뒤척이더니 곧 잠에 빠져들었다.

─현재 시각 2시 3분─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덧 해가 저물어가는 저녁, 해결사의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점점 커져온다. 양 손에 커다란 비닐봉지를 쥔 채 신나 보이는 발소리들의 주인은 장과 의뢰를 하러 나갔던 신파치와 카구라였다. "긴상, 저희 왔어요!", "긴짱, 배고프지 않나, 해 그래서 맛있는 거 사왔다, 해!" 그러나 두 아이들의 우렁찬 목소리에도 답해오는 목소리는 없었다. 설마, 복도를 지나는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혹여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이 아닐까, 불안이 산더미만큼 불어오르는것을 느끼며 서둘러 거실로 향했다. 그 찰나에 숨이 차버린 그들은 소파에 누워 왕성한 침샘을 과시하며 자고있는 긴토키를 허무맹랑하게 바라봤다. 그에게 큰 일이 생기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자신들의 심장을 잠깐동안 쥐고 흔든 당사자에 대한 약간의 분노가 뒤섞이며, 긴토키의 배에 카구라의 분노어린 주먹이 꽂혔다.

 꿈나라의 세계를 활보하다 갑자기 배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으억!" 하고 멍청한 소리를 내뱉었다. 막 잠에서 깨 몽롱했던 정신은 온데간데 없고 오히려 배에서 느껴지는 저릿한 고통에 정신이 번쩍 들고 말았다. "불러도 대답이 없길래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는 겁니까, 이 마다오가!" 신파치의 따끔한 호통이 들려온다. 


 "으익, 그...그야 긴상 자고 있었으니까."

 "오늘따라 긴짱, 더 마다오 같다, 해."

 "마다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마다오인거 모르냐, 요녀석들아."


 긴토키의 시큰둥한 반응이 되돌아왔다. 아이들이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았지만, "자는 동안 벌써 어두워졌나..." 하고 영 딴소리만 내뱉을 뿐이었다. 오늘따라 더 얄미운 그의 반응에 카구라는 물론 신파치마저 단단히 심통이 났다. 의뢰를 끝내는

 데 의외로 시간이 오래 걸려버려 급히 장까지 봐오고 여기까지 뛰어왔는데, 정작 자기는 사람 속을 박박 긁어놓고 있었다. 이에 신파치가 자기들을 무시하지 마라며 한소리 할 참이었지만 그 순간, 아까 전 그의 말이 떠올라 헙-하고 입을 다물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의문이 서렸다. 어둡다...어두워졌다고?


 분명 오늘 일어났을때만 해도 사람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기본이요, 밤인지 낮인지 구분도 하지 못했는데, 지금 그가 한 말은 뭔가. 갑자기 머리가 저릿하다.


 "기...긴상?"

 "갑자기 왜 식은땀을 흘리고 그러냐. 혹시 가다가 넘어져서 안경이 부러진 걸 생각해냈다던가."

 "지금 안경이 문제가 아니라구요!"


 뭐...뭐야 긴상이 민감한 프라이버시를 건들어버린 거? 갑자기 큰소리를 내는 신파치를 긴토키는 물론 카구라까지 뭔 일인가 싶어 빤히 쳐다보았다. 


 "방금 하신 말 기억하세요? '자는 동안 벌써 어두워졌나.' 하신거요."

 "어...근데 그게 문제라도?"

 "분명 일어나실때만 해도..."


 새볔인지 낮인지 구분 못하셨잖아요. 신파치의 대답에 방 안이 한동안 정적에 휩싸였다. "그게 정말이냐, 긴짱!" 카구라의 흥분어린 목소리에 긴토키가 당황하여 두 아이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조금 커진 눈이 다시 맹한 눈으로 돌아오며 하는 말이-


 "아...그러고 보니 그렇네. 지금보니까 너네들 형태도 좀 보이는 거 같아."

 "그, 그게 정말이세요!"

 "그럼 이제 우리 보이는 거냐, 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둘은 긴토키에게 머리를 들이밀며 한껏 고조된 목소리를 내뱉었다. 자자, 이 긴상이 잘생긴거 다 아니까 진정 좀 해, 욘석들아. 누가 긴짱 잘생겨서 이러는 줄 아냐, 해. 시력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보이니까 그러는 거죠! 신파치와 카구라의 눈이 왠지모를 희망으로 가득 찬 것만 같았다. "그래도 아직 이목구비 같은 건 흐리멍텅해서 뭐가 뭔지도 모른단 말이다." 긴토키가 미간을 찌뿌리며 말했다.


 "내일이면 분명 다 나을 거댜, 해. 그러니까 오늘은 일찍 자는거다, 해"

 "뭐라고-? 긴상 지금 무지 배고프거든?"

 "내일 저희들이 한 상 휘어지게 차려 드릴테니까, 다이어트하는 셈 치고 오늘만 카구라짱 말 들으세요."


  일찍 자는 건 너희들같은 새나라의 어린이가 해야하는 거고, 긴상은 이미 다 자랄대로 자란 어른입니다만-? 긴토키의 절규어린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신파치가 방에 이불을 깔고 긴토키를 번쩍 들어올린 카구라가 이부자리 위로 그를 내동댕이쳤다. 으갸갸, 긴상 죽는다, 죽어! 이 꼬맹이가 허리 아작낼 일 있냐. 그런데 잠깐, 여기는 내 방이걸랑? 신파치는 도장으로 돌아가고, 카구라짱은 벽장으로 가야지? 왜 긴상 옆에 자리를 깔고 누워있는 겁니까? 그야 내일 일어나자마자 먼저 긴상 눈이 보이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니까요. 내일 눈 안보이기만 해봐라, 가만두지 않겠다, 해! 저기, 그건 내 잘못 아니걸랑? 따질려면 눈한테 물어보던가.

 아이들의 고집에 결국 긴토키는 두손두발 다 들고 말았다. 내가 졌다, 졌어요. 오늘 하루만 봐준다. 요녀석들아. 긴토키는 피곤했는지 어느새 잠들어버린 신파치와 카구라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직까지 얼굴하나 정확히 보지 못하지만, 둘의 자는 모습을 상상하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보이지 않는 제 자신을 대신해 의뢰를 다녀오고, 해결사에서 홀로 기다리고 있을 자신을 위해 지친 몸을 이끌고 장까지 봐온 아이들. 정말 폐만 끼치는 구나, 이 긴상은. 양 손을 조심스럽게 뻗어 곤히 자는 두 아이의 머리칼을 정성스럽게 쓰다듬었다. 내일은 왠지 너희들을 바라보며 아침인사를 해 줄수 있을 것만 같구나.

 부디 내일은 그 찬란한 미소를 볼 수 있기를. 그가 눈을 감았다.






 ─현재시각, 자정을 막 넘긴 어느때─



 모두가 잠들은 한밤중 감겨있던 눈이 천천히 뜨이고, 자정을 은은히 비추는 새하얀 달이 적안을 가득 채워갔다. 오늘따라 더욱 새하얀 향기를 뿜어내는 달이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마법처럼 다시 스르륵, 잠에 빠져들었다.

 자신을 향한 달의 웃음소리는 듣지 못한 채.











이것으로 첫째날이 무사히(?) 흘러갔습니다. 소설 중간중간에 시간을 넣은 이유를 이번 하편에서 알 수 있습니다, 하하.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는 양상을 표현을 나름 해본 거긴 한데 읽는데 방해되셨다면 죄송합니다...대락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아실 거 같고, 과연 둘째날에는 어떤 감각이 사라져 있을까요? 중간에 조미료 약간, 마지막에도 조미료 약간─사실 결정적 힌트─넣었으니 충분히 아실 거라고 믿어요.(물론 <감각이 사라지는 긴토키 썰>에 나와는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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