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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긴토키]둘째날上 본문

은혼: 銀魂/[긴토키]N째 날

[은혼/긴토키]둘째날上

세인티피아 2019. 5. 18. 20:29
N번째 시리즈 그 두번째. 「첫째날」과 이어집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해가 밝았다. 문 틈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빛줄기에 그의 눈이 서서히 뜨였다. 아직까지 김이 서린듯 흐릿한 시야에 눈을 감았다 뜨자, 초점이 돌아온 적안이 방의 천장을 비추고 있었다.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 천장이 보이자 절로 눈을 크게 떴다. 어이어이, 진짜냐 이거.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손으로 눈을 비벼보기도 했지만 확실하게, 보인다. 그렇다면, 양 옆에 사이좋게 누워 자고있는 둘을 볼 수 있다는 것일까. 그는 자신의 시력이 돌아왔다는 기쁨보다 두 아이의 얼굴을 다시한번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더 기뻐했다. 고개를 돌리는데 왜이리 긴장이 되는지, 잠깐 주춤거린 그였지만 이내 고개를 번갈아 돌려보며 아직도 색색 꿈나라 여행중인 둘을 볼 수 있었다. 겨우 하룻동안 못 본것 뿐인데도, 이렇게나 반가울 줄 누가 알겠는가. 긴토키는 상체를 일으키려다 말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극적인 연출을 위해 좀 더 자둘까...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방이 왜이리 조용하지.


 물론 이른 아침이기에 시끄러울 일이 없긴 하지만 이건 너무 조용한 게 문제였다. 기척 소리마저 이불 속으로 숨어버린 듯 주위가 정적에 휩싸였다. 긴토키가 입을 열려다 다시 다물었다. 이번에는 설마...




"청각인...거냐."




 역시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눈 앞이 새하얘졌다. 하루를 주기로 한 감각이 소실되어 버린다니, 이런 건 듣도보도 못했다. 어제 말한대로 자기는 최근에 멀리 나가본 적도 없었던 데다가 수상한─물론 눈으로 쉽게 식별할 수는 없지만 단지 감으로는─누군가와 접촉한 적도 역시나 없었다. 자신도 모르는 병이 발병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미치겠네. 신파치와 카구라를 볼 면목이 없잖아. 분명 이대로라면 다음날에는 또 어떤 감각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일단은, 오늘 히지카타와 오키타가 해결사로 찾아오기로 했으니 정말 진지하게 상담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라고 굳게 마음먹었다.


 시간을 보니 곧 아이들이 깨어날 시간이었다. 최대한 충격이 덜 하도록 말하는게 좋겠는데...문제는 어떻게 말할지 도저히 감이 안 잡힌단 말이지. 자리에 앉은 그 상태로 오뚜기마냥 좌우로 흔들흔들거리며 골똘히 생각에 빠졌다. 이불이 들썩거리는 걸 느꼈는지 양 옆에 곤히 자고 있던 신파치와 카구라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음...벌써 아침이구나. 긴상 일어나세ㅇ..."
"신파치, 긴짱이 이미 깨어 있다, 해!"




 둘의 상태는 그야말로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하는 벙찐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긴토키는 둘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생각이라는 깊은 꿈속으로 빠져버린지 오래였다. 반응이 없자 카구라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보다 손날을 세워 그의 뒷덜미를 살짝─카구라 말로는 살살 쳤다고 한다─내려쳤다. 그 충격(?)으로 긴토키는 억눌린 목소리를 방출하며 이불에 얼굴 안면이 충돌하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한동안 허리를 들지 못했다고 한다.


 겨우 허리를 90도까지 세우고선 자신을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 했던 눈을 하고 카구라를 쳐다보았다. 뭘 보냐, 해. 곧이어 카구라가 그런 긴토키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역시 목소리를 들을 순 없었지만 제 앞에서 짧게 반문하는 카구라의 입모양을 보고선 오히려 제게 시비아닌 시비를 걸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자기가 이렇게 해놓은 주제에 뻔뻔하게도 당당히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역시 카구라 말고 없을 거라고 여전히 그녀를 째려보며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몇분 간 계속되고 있자 긴토키 옆에서 조용히 눈치를 보고 있던 신파치가 연신 불러봐도 소용이 없자 긴토키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며 다시한번 그를 부르기 시작했다.




"저기...긴상?"
"뭐냐, 신파치. 지금 엄-청 중요한 싸움 중이니까 이보다 중요한 게 아니라면 도로 그 입 다물고 있어."
"당연히 더 중요하지 이 자식아-! 얼른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 확인을 해 봐야하는 거 아니냐고!"




 아,  언제나 지겹게 등장하는 신파치의 츳코미다, 해. 카구라가 긴토키와 눈싸움을 하다 말고 그런 그를 하찮게 바라보고 있었다. 새끼손가락으로 여유롭게 코를 파면서. 지금 그게 안 나오게 생겼냐! 어제까지만 해도 이거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잖아?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같이 자기도 했던 거고, 아무튼 긴상, 저 진지하다구요. 빨리 대답해주세요.



"..괜찮으신..거죠? 그..눈." 신파치의 목울대로 침이 꼴깍, 하고 넘어가는 소리가 조용히 방 안을 울렸다. 그러나 이어지는 대답은 없었다, 불안하게도. 침묵이 이어지자 괜히 자기 때문에 분위기만 다운 된 게 아닌가 하고 내심 걱정이 되었던 신파치였다. 그러나 곧 얼굴이 환한 기색을 띄며,




"아-! 사실 그거인 거죠? 우리들의 멋진 얼굴을 못 보다가 볼 수 있게 되서 너무 감동이라던가."
"신파치, 안 그래도 진지한 분위기에 초 치지 마라, 해."
"너야말로 분위기 파악 좀 해라!"




 딱 들어도 분위기 환기를 위한 말이잖아! 나는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 해. 세간에서는 그런 걸 보고 「눈새」라고 하는 거라고 했다, 신파치. 이제는 하다못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카구라였다. 거기에다 포기하기 않고 친절하게─어떻게 보면 친절한 게 맞다. 어디까지나 '어떻게 보면'─대답해주는 신파치였기 때문에 아침부터 둘의 열띤 말싸움이 시작되고야 말았다. 신체적 폭력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은 걸 감사하자.(당연히 그렇게 발전하면 신파치가 당연히 나가떨어질 것이였고, 추가로 집이 무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런 와중에도 이상하게 조용한 사람이 있었다. 절대로 이런 상황을 평화롭게 넘기지 못하는 사람. 요상한 드립을 치든, 바보같은 행동을 하든, 결국은 둘의 싸움을 말릴 사람. 해결사 긴짱의 그 사람. 신파치도, 카구라도 은연중에 바라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그 특유의 멍한 눈으로 저를 말려줄 사람을. 언제나의 일상처럼 매번 일어나는 사건사고의 하나처럼 그렇게 넘어갔으면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들려온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였다.




"미안해."




 소리가 도중애 뚝 끊겼다. 말을 할 수가 없었다는게 정확할지도 모른다. 왜 당신은 사과를 하고 있는 것인가. 며칠 전처럼, 아니면 당장 어제처럼 장난스럽게 이런 상황을 타파해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미묘한 표정은 무엇이냐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뿐이라는 사실에 한 번 더 분한 듯한 표정을 짓는 둘이였다. 고개를 드니 그런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마주쳤다. 한치의 빗나감 없이 올곧은 눈이었다, 항상. 그 눈은 우리를 보고 있었다. 어디로 사라질새라 붙들고 있는 두 눈동자에 도리어 안심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 그러나 아직은 마냥 헤헤, 하고 헤프게 웃을 수가 없었던 것이였다. 그야, 그는 우리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누가 먼저 움직일 것도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가 팔을 벌려, 힘껏 끌어안았다.


 팔 끝으로부터 전해지는 온기에 우리는 비로소 진정으로 안심할 수 있었다.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했는가, 어떤 상황을 예상한 것이었나, 상관 없었다. '해결사 긴짱' 에 있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크나큰 기쁨이었을 테니까. 몸이 떨어지고, 그의 표정은 여전히 좋지는 못했지만 많이 누그러진 듯한 모습이었다. 조금은 의지할 생각이 생기신 건가요, 긴상. 어려운 일 있으면 우리에게 맞겨라, 해!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네. ..물론 들리지는 않지만."
"...네?"




 그게 무슨 말씀이예요. 신파치가 눈을 크게 뜨며 그에게 되물어 왔지만 돌아오는 건 처음같은 침묵. 그가 사과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던 것일까. 또 다른 걱정을 끼쳐버린다는 사실에 그는 벌써부터 이렇게나 불안해하고 있었던 걸까, 하고. 그러니까, 이런 거지. 네 녀석들의 멋진 얼굴은 보인단 말이다. 아주 선명하게.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이 얼굴에 서리는 걸 보고 순간적으로 안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언제나의 얼굴이라고.


"그런데, 보이지가 않는 거야. 너희들의 목소리가." 허탈감이 그를 지배하는 듯했다. 운 좋게 겨우 그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대신 '듣지 마라'는 선고는 간결하고, 잔인했다. 미세하게 그 웃음이 끝에서부터 갈라지는 것을 느꼈다. 목소리가 보이지 않는다니, 이상한 표현이었지만 그들은 단번에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번에는 청각의 소실이라니, 지금 이 상황은 너무나 이상한 것들 뿐이었으니까. 전조증상조차 없이 이렇게 갑자기 병인지 저주일지 모를 그것은 얄궂게도 하루에 감각 하나를, 우악스레 빼앗아 갔다. 그러곤 빼앗앗던 것은 하루가 지나가면 슬쩍, 내버려두고 오는 것이였다.


 후, 어딘가에서 깊은 한숨 소리가 났다. 곧이어 신파치와 카구라는 제 머리 위로 커다란 손이 얹어져 있는 걸 느꼈다. 고개를 드니 보이는 따스한 미소. 어랍쇼, 왜 니들이 더 그런 표정이냐. 이 긴상은 말이지 처음에는 뭐...(잠시 고민을 하는 얼굴이었다. 아마 최대한 걱정을 덜기 위한 것 아니였을까) 조금 당황할 수도 있겠지만 금방 적응하는 사람이라고? 나를 뭘로 보는 거냐, 내가 이런걸로 바닥에 절어 사는 어딘가의 완폐아처럼 보이던? 결론은 걱정따위 안 해도 그만이다 이거야. 그 어떤 감각이 사라져도 이 긴상 말이지, 점프만은 손에서 안 놓을 자신이 있다고, 요 녀석들아. 이상하게 앞 뒤가 맞지 않는 말 덕분이었을까, 오히려 더욱 그 사카타 긴토키 같아서, 우리는 웃을 수 있었다.


 그제서야 입가에 잔잔히 깔리는 미소에 머리를 툭툭, 두드려주는 긴토키였다. 그때─




"그런데 긴짱."
"- 뭐냐, 카구라."




 갑자기 묻고 싶은 것이 생겼는지, 손가락으로 긴토키의 옆구리를 푹 찌르며 그를 불렀다. 덕분에 이상한 소리가 들린 것 같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무시하도록 하자.




"눈이 안 보이면 점프를 잡을 수 있어도 소용없는거 아니냐, 해?"
"어, 그렇네. 그거 큰일이구만...으로 넘길 만한 상황이 아니잖나!!"




 분명 어제는 오오구시 군 때문에 점프따위 별 거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래, 괘...괜찮아 이미 시력은 지나갔고...다시 차례가 오면 뭐, 그때는 차분하게 타, 타임머신을 찾아보는 거야. 긴토키가 이불에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아니요, 그거 전-혀 설득력 없거든요! 차라리 시간도둑을 잡아오던가 해야지! 오 그거 괜찮다, 신파치. 안경 주제에 쓸모는 있던 거다, 해. 어제부터 누가 자꾸 안경이래-!


 아침부터 시끄러운 시작이었다. 그러나 전혀 마음만은 시끄럽지 않았던.






────────

1.
세상에 이런 진도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2.
둘째날은 별다른 사건이 없을 듯해 아마 전개가 다소 질질 끌리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을 듯한 느낌입니다. 오 멀린이시여.

3.
소설을 위한 플롯을 생각해 두려다가 차라리 자는 게 오히려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잘 자 내 뇌세포.

4.
아 다시 여건이 잘 풀린지라 본래 쓰던 네이버 블로그에서 다시 활동할 수 있게 된 거 같습니다. 원래 여긴 백업용인지라 뭐...그래도 같이 올릴 예정이니 괜찮겠지요. 아마 동시에 올라가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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