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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이치고]모든 시작은 누구의 짓? [3] 본문
참..소설쓰는 시간도 긴 편인데, 쓸 시간도 없군요. 틈틈이 쓰고 있지마는, 쓰고싶은건 많고, 소설쓰기는 어렵고. 힘드네요.
누가 스토리 재미있게 쓰는 강의 해주실 분 없나요.
_자기만족용 소설이라 퀄은 보장 못합니다
_이치고가 소울 소사이어티에서 머무르는 동안, 벌어지는 사건─이라 쓰고 개고생이라 읽습니다.
_이치고ts 주의, 라고 해봤자 성격은 그대로라서.
2018. 01. 09 - 소설 화수 개편했습니다. 中 > [3]
"어이, 이치고 정신이 드냐?"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줄곧 어둠속에 담겨있던 정신이 점점 뭍으로 올라오는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저 다급해 보이는 목소리도 조금이나마 생생하게 들리는 거겠지. 목소리로 추측하건데, 렌지인가? 여기에 와서도 폐를 끼치다니, 오늘만은 어디 나가지 말고 쉴걸 그랬다. 천장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자 상체를 급히 일으켰다. 살짝 어지러운 감이 없진 않았지만 이정도면 버틸 만했다. 고개를 돌리니 애써 시선을 벽쪽으로 돌리고 있는 렌지가 보였다. 얼굴이 약간 상기된 상태였는데─어째서?─서서히 손을 들어 다른 한 쪽을 가리켰다. 렌지의 이상한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벽에 걸려있는 거울과 그 속에 있는 내가.....에?
잠깐,
거울에 비치는, 허리까지 오는 선명한 주황색 머리칼을 가진, 그녀가 보였다. 갸름한 턱선에 오똑한 코, 앵둣빛 입술. 갈색 눈은 긴 주홍빛 머리칼에 잘 어울려 보였다. 다만 엄청 당황한 기색─마치 내 표정처럼─이었고, 막 자리에서 일어난 참인데다, 입고 있는 사패장은 크기가 커서 어깨에 겨우 걸쳐...져...?
저 광경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란 사실이 뇌까지 도달하자 절로 소름이 돋았다. 그러고는 떨리는 마음으로 고개를 서서히 밑으로 내렸다. 흘러내리는 사패장 사이에...있어선 안될....그..
어?
젠장할.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린다.
꺄아아아아악! 서둘러 이불을 가슴께까지 끌어올렸다. 뭐야? 어떻게 된 거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자신이 착각할 정도로 엄청나게 변해 있었다. 내가 여자..라고? 왜 이렇게 된 건지 생각하려고 해도, 이미 머릿속은 '나, 쿠로사키 이치고가 여자' 라는 사실로 꽉 차 있었다. 진정하고...진정하는거야..
"어....이치고? 제정신인...거냐?"
지금 이 모습을 하고도 내가 제정신이겠냐! 그렇다. 엄청난 충격을 몸소 받아버린 탓에, 눈앞의 렌지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고개를 애써 돌린 것이구만. 잠깐, 생각해보니 정신을 잃고 쓰러진건 12번대인데 왜 깨어난 건 왜 여기지? 분명 그 사이에 무슨일이 생긴건데....어느새 여자가 된 사실도 잊은 채였다.
"저기...렌지?"
"...어...왜 그러냐?"
"내 기억상으로 마지막엔 분명 마유리가 있던 12번대에 있었던 거 같은데, 깨어나보니 이곳이고. 도데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내 입으로 말한건데 어째 나같지 않다. 완전히 여자애 목소리잖아! 17년 인생을 남자로 살아왔는데, 적응될 리가 만무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 언제 남자로 되돌아갈지도 모르겠고, 결국 직접 단서를 찾아 나서야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지금, 가장 수상해 보이는 인물인 렌지에게 첫번째 단서를 캐는 중인거고.
성별이 완전히 반대로 바뀌어버린 이 모습을, 렌지는 놀랍게도 생각보다 '침착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아무래도 이상했다. 보통은 기겁하거나 질겁하며 바닥에 나가떨어질 텐데─표현이 심했나?, 고작 '얼굴을 붉히며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상태' 라니. 그것도 그 때에는, 옷이 위태위태하게 걸쳐져 있었으니까 그런것 같고. 렌지가 대답하길 주저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한...두시간 전이었나? 내가 근무해 있던 동안, 6번대에 지옥나비 한 마리가 날라왔어. 보통 이 시간때에는 전보가 오지 않는 편이거든. 갑작스런 사건이 터지지 않는 한 말이야."
"그래서? 설마, 그 지옥나비가..."
"그러니까, 좀 들으라고.....그래, 네 생각대로 그건 기술개발국에서 날라온 것이였더군. 쿠로츠치 대장의 말을 싣고서. 무슨 일인가 해서 들어봤더니, 거기에서 네녀석의 이야기가 나온거지. 쿠치키 대장님은 바쁘시니까, 내가대신 한달음에 달려갔고.....본 거지....그..이치고 네가 여..여자가 된 모습을....말이야."
"...그래서 여기까지 데려온 것도 너다, 이거냐?"
"나..나도 처음에는 많이 놀랐는 데다가, 생각해보니 변해버린 네녀석이 그곳에 있으면 좀 그럴거 같기도 해서, 곧장 여기로 데려온 것 뿐이라고! 아마 전속력으로 달렸으니 아무도 못봤을 거니까, 그리고..."
맹세하건데, 벌어진 옷 사이로 보이는 네 맨살은 절대 안.....안 봤으니까!! 렌지가 팔짱을 낀 채로 몸을 홱 돌렸다. 어쭈, 안 봤다면서 옷이 벌어진 건 어떻게 알았대? 게다가 네 귀, 새빨갛게 물들었어. 처음 여기 별채에서 렌지랑 같이 자야한다는 것에 살짝 머뭇거리던 나에게 '사내자식이 뭘 그런거를 부끄러워하고 그려냐' 라면서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쿡쿡 찔러댄 것 같은데, 이런 반응을 보인다라...이거 놀림거리가 하나 생겼는걸. 내 눈매가 절로 가늘어졌다.
"어이, 렌지. 처음과 말이 다르잖아. 나는 몸만 여자지, 속알맹이는 영락없는 쿠로사키 이치고 본인이거든? 응? 대답해 보시라니까요, 아.바.라.이.부.대.장.님?"
"으....으윽, 가까이 오지 말라고!"
덮고있는 이불을 걷어, 무릎을 이용해 천천히 기어가며 가까이 다가가자, 예상대로 렌지는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게다가 지금은 손을 뻗고 허공에 휘두르고 있었다. 렌지, 너 바보같아. 생각보다 볼 만한 광경이라 입가에 웃음기가 서렸다. 여자가 되어버려 기겁한 건 오히려 나 자신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나 즐길 줄 알았을까. 더욱 가까이 다가가며, 잘못을 실토하게 하려던 참이었다. 그때, 다급해보이는 발소리가 문쪽으로 점점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벽에 등을 기댄 채 소리치는 렌지도, 속을 숨긴 웃음을 지으며 다가가는 나도 이질적인 소리에 움직임을 멈춘 채 고개를 문쪽으로 돌렸다. 이 모습, 이 광경 그대로 누군가에게 보인다면....그 뒤의 이야기는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 날 알아볼 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 내 명복을 좀 빌어줘.
그순간, 시야가 뒤집히며─
쾅─!
"이치고! 쓰러졌다고 들었는데, 괜찮느......에?"
나와 렌지를 공포에 떨게 한 누군가는 목소리를 들어보니 다름아닌 루키아였다. 내가 걱정되서 와준 거구나. 그런데....루키아는 내가 변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상태라 지금 이 모습은 딱 오해하기 좋은 광경일 것이였다. 뭐라고 해명을 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어째 표정은 생각보다 더 심각해 보였다. 이제는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네. 그...그 정도로 충격이었다는 건가?
"미..미안하다 렌지...아니, 죄송합니다. 저는 이만 물러날 테니, 하던거 마저 하시지요..."
루키아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리고,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급히 문을 닫아버린다. 뭐..뭐야? 이런 상황이 될 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루키아의 반응이 너무 격했다.
"야, 렌지. 루키아에게 뭐라고 말 좀 해.....보..라니..까....?"
열려있던 입이 꾹 닫혔다. 어째서 저 파인애플 자식이 내 눈앞에 떡하니 있는거지? 설마...급히 내 상태를 살폈다. 바닥을 향해 있을 손이 위를 보고 있고, 등이 바닥에 닿여 있다. 내 눈앞의 렌지의 뒤에는 그토록 익숙한 천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내 사패장은 녀석의 손아귀에 잡혀 있고 그 결과 겨우 걸쳐져 있던 옷이 흘러내려 어깨가 드러나 있었다. 이걸 토대로 우리의 모습을 그려보면...
오 마이 갓.
전보다는 비교할 수도 없이 얼굴 전체가 화끈, 달아오르는게 느껴졌다. 높은 하이톤의 목소리와 함께 들리는 타격 소리. '촤악─' 하는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아마 '찰졌는지' 란 말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뛰쳐나갔던 루키아가 돌아왔을 정도였다는 거다. 내 평생 렌지 저자식을 저주하고 말 테다.
─
"큭큭..그래서, 둘이 그렇게.....아하하하하!!!"
모든 이야기를 전해들은 루키아가 지금 몇 분째 웃음이 멈추고 있질 않다는 걸 믿을 수 있을까. 못볼걸 봤다는 표정으로 뛰쳐나갈때는 언제고 모든 사실을 듣고 나서는 저 모습이라니. 이래나 저러나 둘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아하하하하...아윽, 너무 웃는 바람에 배가 아프구나....ㅍ..푸흡!"
"웃는건 좋은데, 너 그러나 숨 넘어간다? 너의 사망원인이 내가 되고 싶진 않거든."
"크흡...하아, 하아. 지..진정한 것 같다, 이치고."
"뭐, 완전 그래 보이진 않지만....그래."
"그래서..."
그 모습을 원래대로 돌아오게 할 방법이 있는 것이냐? 다소 진지하게 물어오는 루키아에게 나는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방법을 알면 진작에 원래대로 돌아왔겠지. 별 시답잖은 이유로 온 나에게 왜 이런 고난이 겹치는 건가 싶어 기분이 더 나빠졌다. 내 미간이 더욱 구겨진 걸 가만히 보고있던 루키아가 다가오더니 나를 꼬옥 끌어 안았다. 물론 체격 차이 때문에 안긴 것처럼 보였지만.
"그래, 그래. 이치고 네가 고생이 참 많았구나. 걱정 말거라, 원래대로 돌아갈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닐 테니."
"루키아..."
살짝 살짝 다독여 주는게 꼭 엄마 같다. 우울한 기분을 풀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나에게 보여줄 때마다 큰 위안이 되곤 했는데, 나를 꼬옥 안아주는 그녀에게서 절로 따스함이 느껴진다. 그래, 이 모습이면 어떤가. 처음에는 좀 당황하긴 했어도 어느정도는 적응된 거 같으니까. 착잡해하지 말자.
어느정도 진정된 나는, 루키아의 어깨에 묻었던 고개를 서서히 들었다. 루키아에게 감사인사를 하려는데, 루키아가 나를 안은 그 상태로 움직이지 않는게 아닌가. 저기..루키아? 충분히 위안은 받았으니까 좀 떨어져 줄래?
"조금 뜬금없을진 모르겠지만, 이치고. 마츠모토씨 만큼은 아니지만 꽤 되는구나. "
갑자기 뭐야, 진짜 뜬금없네. 란기쿠씨가 여기서 왜 언급되는 거지. 영문을 몰라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니 어느새 품에서 떨어진 루키아는 씨익 웃으며 팔꿈치로 나를 툭툭 쳤다. 아직까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아까부터 조용히 앉아있던 렌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어.....그다지 조용하지는 않아 보이는 것 같은데. 웃음을 참는듯한 표정이었으니까. 게다가 얼굴도 다소 붉게 물든 것 같다.
뭔가 나만 모르는 것 같아서 소외된 거 같잖아. 왠지 뭔가 알게 되면 되게 민망할 거 같아.
+)오늘도 장렬히 희생하신 나의 뇌세포에 경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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